니체가 격찬한 몽테뉴
"인간의 불확실성을 경영하려고 하지 말라"
몽테뉴는 다른 사람의 잣대로 자신의 삶을 재지 말라고 합니다.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이대지 말라고 합니다.
몽테뉴는 소크라테스를 깊이 공경하였습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하늘의 신화를 이 땅의 철학으로 사람들을 위한 철학으로 끌어내렸다는 것이랍니다.
두 번째는 우리 자신을 위한 철학을 위하여 질문을 던지게 하였다는 겁니다.
몽테뉴의 에세이를 프리드리히 니체는 누구보다도 극찬한 철학가 중에 한 사람입니다.
"에세이지만 현대 철학을 품은 글"이라고 격찬하였습니다.
수필에 대하여 서양에서 처음으로 어떻게 써야 할지 제시한 몽테뉴의 글은 대부분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깨달음, 자신의 생각들이 그의 철학으로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니체가 16세기의 인물, 몽테뉴의 수필이 20세기 현대 철학을 품었다는 표현은 인상 깊습니다. 델포이 신전에 적혀 있는 "너 자신을 알라"의 의미를 산파법의 대화로 풀이하였던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몽테뉴가 수필로 다시 풀어낸 겁니다.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 1533∼1592)는 프랑스의 철학자,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라틴어를 쓰는 가정교사 아래서 학문에 친숙했으며, 이후 법학을 공부하고 법관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1571년 관직에서 물러난 뒤, 고향인 몽테뉴 성에 머무르며 독서와 집필에 몰두하였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수상록>은 이러한 시기에 쓰인 작품으로,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수상록>은 중세 기독교의 종교적 규범에 제약을 받은 자기 성찰을 넘어 정신적 개인인 '나'로 출발하는 자율적인 개인의 각성을 보여주며, 문학과 철학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어 세계 문학사에서도 손꼽히는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남들이 자기에 대하여 자신과 포부를 가지는 것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나는 미리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다.
결과를 보고 나서 밖에는 내 역량을 알지 못한다.
다른 모든 일에도 그렇지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그래서 어쩌다가 내가 하는 일이 잘 되는 수가 있으면 그것은 내 역량이라기보다는
운수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든 나는 모든 일을 되어가는 대로 조마조마한 생각으로 계획한다.
철학 자체도 아무것도 결론 내리지 못하며 근거가 박약하고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인정할 때 가장 잘하는 일로 보인다.
사람이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가장 그릇된 사상을 가꾸게 되는
주요한 요인은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는 데서 온다고 본다.
— 몽테뉴 수상록 중
몽테뉴의 수필을 읽다 보면 그가 참으로 겸손하리만큼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것을 읽게 된다. 그는 자신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구하였기에 자신의 결함, 부족함을 알게 되고 인정하였다. 잘 되는 일 또한 자신의 역량보다 행운으로 돌렸다. 어쩌면 소심한 철학자였던 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자신의 앎과 능력에 진심으로 겸손하였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편협하지 않고 넓혔다. 그는 세상의 사상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들도 끊임없이 회의하고 의심하였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의 호평을 사려는 시도였다면,
나 자신을 좀 더 잘 장식하고 조심스레
연구해서 내보내였을 것이다.
모두 자연스럽고 평범하고 꾸밈없는,
별것 아닌 나를 보아주기 바란다.
- 몽테뉴 수상록의 '서문에서'
이토록 수필 속의 화자에 대하여 솔직하게 고백한 문장이 있을까 싶다.
몽테뉴의 에세이를 읽지 않고서 수필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필의 장르를 개척한 창시자,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글에 대하여 이처럼 솔직한 고백의 글을 쓴 그의 작가정신에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내 언어는 평이하지도 못하고 연마된 것도 아니다.
내 문장은 거칠고 경멸조며, 자유로운 표현을 제멋대로 쓴다.
내 판단으로 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 경향으로는 이 방식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종종 이런 식에 이끌려서 기교와 뽐내는 버릇을
피하다가 오히려 다른 면에서 거기에 빠지는 것을 느낀다.
- 몽테뉴 수상록 '자만심에 대하여'
수필을 쓰는 작가들에게 몽테뉴는 수필의 근본 본질을 일깨우는 선각자였다.
위대하였지만 소박한 자신을 적은 몽테뉴를 다시 읽으면서 내 수필의 글들을 되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