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딸의 헤드셋선물 감동의 유니버스
세상은 들리는 세계가 반절이다. 그만큼 잘 듣는 것이 소중한 세상이다.
우리가 눈에만 의존하고 세상을 본다면 보이는 것만 보게 되지만
들리는 것에 의존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듣게 된다.
마음의 소리는 볼 수 없다. 마음과 대화를 하면 우리의 마음은 들려준다.
내 마음을 해부하여 열어볼 수는 없다. 다만, 찬찬히 마음과 대화를 통해 들으면 나를 이해할 수 있다.
상대방과 쌍방향 대화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홀로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것조차도 듣는 연습이 단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읽는 세상에 익숙한 우리들이지만, 듣는 세상이 열리면 세계는 멀티 유니버스가 된다.
외동딸에게 귀한 선물을 받았다. 아빠가 소리의 세상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빠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 오디오 북을 즐겨 듣는 것을 알았기에 선택한 선물이었다.
더 속깊은 점은 아빠의 두 귀가 상할까봐, 이어폰 대신에 헤드셋을 선물한 거란다.
음악은 힐링, 위로와 더불어 용기를 준다. 더불어 창작의 영감을 주는 것이 음악이다.
이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는데 신천지, 신세계, 다중 유니버스가 펼쳐졌다.
머리를 덮는 커다란 헤드셋에 울리는 음악은 예술의 전당 공연장에서 실감나는 그런 음악의 향연을
들려준다. 그 안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은 정말로 천상의 경험이 된다.
그런데 나의 사무실, 나의 방, 나의 주말 집에서 그런 하늘나라의 경험을 단독으로 해낼 수 있다는 점에
경이로왔다. 예술의 전당 안에서 감상하는 음향이 들려오니 일상의 탈출이고 해방의 순간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걸으면서 그 큰 헤드셋을 들으면서 걷는 이유를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다. 그들에게 음악으로 가득한 세상 - 마치 공기가 가득 찬 세상에 살지 못하면 우리는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거리를 거닐면서도 음악의 공기로 숨을 쉬어야 했던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독서를 듣고 있는 편이 훨씬 많아졌다. 이 또한 독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경험이 되어 일하는 중에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동시 멀티 작업의 감동이고, 독서 효율의 향상되어 극강의 고마움이 된다. 독서는 읽는 것만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듣는 능력이 읽는 능력만큼 깨어나는 해탈의 경지가 오디오북의 세계다. 들으면 열리는 한계 없는 독서, 음향의 세상! 문을 두들기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다.
오디오북을 들으면 우선 눈이 피로하지 않는데, 헤드셋에서 들려오는 맑고 청아하면 명쾌한 음성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나는 심지어 눈으로 읽으면서 듣는 독서를 병행할 때도 있는데, 그때 독서의 효과는 가히 압도적이다.
헤드셋 마니아들이 있다는 점을 친구를 통해서 듣고 있었다. 고가의 헤드셋을 수작업으로 만들고 주문을 받아서 판매까지 하고 있는 아주 특별한 기술의 장인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소리의 세계를 위해서 투자하는 애호가들이 이 세상의 음향 시장에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년이 되어서야 헤드셋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공공장소에서 긴 전선이 달린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이어폰을 먼저 사용하게 된다. 또한 이어폰 없이 휴대폰의 음향을 그대로 들으면서 산책하게 된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갖게 되었다. 눈치 볼 장소가 아니라면 아무도 없다면 커다란 헤드셋을 통해 음악과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초원을 걷는 상상을 해본다. 이번 주말에 녹색 공원 강변 공원을 거닐면서 헤드셋의 초월적인 경험을 만끽할 것이다.
<보너스 에피소드>
세월을 돌아보면 헤드셋과 인연이 젊은 시절 10대부터 있었다.
그때 사용하던 작은 헤드셋은 어학공부를 위한 것이거나 역시 한밤에 음악을 듣기 위함이었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10대 후반 헤드셋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라디오 디제이, 음악들이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30대 직장 생활 초기에 이직하면서 간간이 헤드셋으로 업무하던 시기도 있었다.
LG 홈쇼핑 MD로 콜센터에서 근무하던 시절, 중국의 대련에서 델컴퓨터의 한국부 팀장으로 일할 때, 그때 헤드셋을 사용하였다. 그 시절의 헤드셋은 중압감을 주는 업무용 도구였기에 오히려 애정 결핍이었다.
한 달 전 외동딸에게 받은 선물로 진정한 헤드셋의 행복감을 중년에서야 맛보고 있다.
헤드셋이 들려주는 음향 안에서는 나만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헤드셋을 머리에 장착하는 그 순간들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투자이다. 그 세상에 깊이 잠수하면서 수면 아래 나만의 세상을 건설하게 되는 충만한 음향의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남모르는 행복감이다.
나는 이제 커다란 헤드셋을 장착하고 공항의 대중들 앞에서도 당당하게 활보하는 패셔니스타가 되었다.
이전에는 부끄러워할 수 있었던 헤드셋 패션을 이제 희끗희끗한 머리 위에 장착하고 공항 수속을 한다.
그들은 내가 음악가일지도 모른다는 눈초리를 보내는 것 같다.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웃음) 그렇게 다음주 고향방문의 하늘길.. 나의 헤드셋이 반려자가 되어줄 것이다. 외동딸에게 헤드셋 장작한 패셔니스타 아빠를 보여주리라! 랩가수처럼 요요 흔들거리지 않지만 머리카락은 헝클어진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