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부쟁(不爭) 장대비 딱딱한 것 vs 부드러운 것

산책길의 지혜 호프맨작가


장대비가 내리꽂는 산책길에서 갈림길을 만났다. 어차피 비가 하염없이 내려서 돌아서야 했다.


산책길을 더 이상 내딛는 것은 우산도 없이 흠뻑 젖을 각오를 해야 했다.


그곳에 멈추어선 나는 인공의 길과 자연의 길, 두 길을 보았다.



아스팔트 길을 만들어 차량이 이동할 수 있도록 단단하게 만들어 놓은 길 - 단단한 길에 내리치는 빗방울들이 반발하면서 춤을 추듯 튀었다. 그 춤은 격렬하게 사람들의 세상에 반응하는 자연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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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탄 비소리





그 바로 곁에서 전혀 다른 현상이 나의 시선을 잡아당겼다.


잔디가 심어진 풀숲에 나무 밑동이 있는 자연의 길에서 빗방울들은 순응하고 흙 속에 스며들었다.



딱딱한 인공의 아스팔트 길에서 빗줄기는 스며들지 않고 튀어 오르고 춤을 추었다.


반발탄성을 가진 그 춤이 어쩌면 우리들의 삶의 한 단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늘 곧게 뻗은 아스팔트 길을 선호하였다. 자연을 통제하고 사람의 길에 방해할 수 없게 하였다.


나의 삶도 그렇게 늘 아스팔트 길을 깔아놓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흙바닥 없이 쉽게 걸을 수 있고 때때로 차량을 타고 속도를 낼 수 있는 아스팔트 길을 달려왔다.


빗줄기는 그 길에서 춤을 추었지만 그 춤이 흥겹지만 하지 않았다.


진흙탕 없이 배수구로 흘러내리는 빗줄기는 사람들이 놓은 편리한 길에 반항하였던가 보다.


잠시 그런 빗줄기의 춤사위에서 삶의 갈림길을 건너보았다.



더 이상 산책을 할 수 없어 돌아오고 말았다. 강렬한 빗줄기가 내리치면서 바람이 얼굴을 가렸다.


폭풍우의 언덕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깨달음을 얻었으니 잠시 하산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걸었다. 비를 맞으면서 발목만큼 자란 잔디 숲을 바라보면서 동행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잔디 숲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한 구르의 나무 곁에 잔디들이 옹골차게 자라난 곳에 내린 비는 흠뻑 젖어도 작은 웅덩이 하나 없이 땅속으로 곱게 스며들었다. 혹여 잔디가 패여서 작은 웅덩이가 생기는 곳에도 흘러넘치지 않았다. 저런! 쓰라리게 쏟아지는 장대비가 스며드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우리의 삶은 아스팔트 길처럼 빗줄기와 다툴 것이 아니라 잔디 숲처럼 스며들면 좋겠다.



스며들면 다툴 일도 없다. 이는 곧 노자의 도덕경, 81장에 나오는 부쟁(不)의 철학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스며들게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살면서 비가 올 때도 있고 맑을 때도 있지만, 비 올 때는 스며들게 흠뻑 젖어보아야 할 터이다. 그렇게 가슴안으로 스며들면 깨닫게 된다.




산책길에서 만난 장대비에 비록 옷자락들이 젖었지만 시원하였다. 몸과 마음의 딱딱한 것을 벗어버리고 부드러워졌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비늘을 흔들면서 돌아왔다. 제철 만난 가을바람의 시원함이 넉넉하게 가슴을 드러내게 한다. 부드럽게 살자! 너무 딱딱하여 터지도록 발버둥치는 것을 막자! 장대비가 오면 그대로 흘러가게 하고 스며들게 하면 물길이 열릴 때가 올 거다.



다가오는 남은 절반의 중년 나의 삶은 딱딱함을 추구하지 않기로 한다. 부드럽게 스펀지처럼 스며드는 '생의 철학'을 간직하고 싶다. 그런 수준에 이르려면 자연처럼 생각하고 나누며 행동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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