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맨작가블로그사피엔스
이 글은 작년에 상하이의 피아노 연습실에서 적고 저장만 하였던 글입니다.
2월 다시 상하이 출장을 앞두고 올립니다. 상하이를 거쳐서 서울 고향으로 들어가는 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피아노 음악 생각들이 많이 나네요..
상하이에서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를 만나고 연주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지나가다 멈추신 중국인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데리고 오시면서
함께 나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고 건반 위의 나의 두 손을 보면서 물어왔습니다.
"피아노는 좌우 손을 어떻게 연주하는 겁니까? "
"좌, 우 따로따로 연습하면서, 나중에 두 손을 합하여 연주합니다."
그제야 복잡해 보이는 피아노 악보를 보시고 흡족한 웃음을 지으셨지오.
전문가 전업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피아노를 연습할 수 있고, 내 사랑 최애곡들을 연주할 수 있으면 되지요.
우리의 손자 손녀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피아노 곡들이 있으면 충분합니다.
할아버지 주변에 어린 손자 손녀들이 함께 새하얀 그랜드 피아노 연주를 들어주었습니다.
10대 후반의 저는 한때 피아니스트가 아니면 세상이 꺼지는 줄 알았습니다.
어른이 되고 중년이 되니 그러한 여린 마음은 아득한 추억이 되어 미소 짓게 됩니다.
얼굴이 드러나고 이름이 알려진 작가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저는 <호프맨작가>라는 필명이 너무 좋습니다. 얼굴 없는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작가 프로필에 모델 같은 근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님들보다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중후한 멋이 있답니다. (웃음)
그보다 직장인 작가이기에 마구 드러내는데 어려움이 있고요,
그보다 오로지 글로서 작가 정신을 보이자는 고집이 있습니다.
<호프맨작가 나는 누구인가>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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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35년 전, 스무 살 청년은 시인이 되고자 꿈꾸었으나 긴 방황과 유랑의 세월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눈물과 비, 사랑과 예술의 흔적을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내어놓는다. 《나는 누구인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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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SNS에 자신을 드러내고 성과를 자랑하고 싶어지는 것이 이 시대이겠지요.
갈고닦은 피아노 연주를 청중들 앞에서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작가의 밝은 얼굴을 드러내고 북토크에서 작가정신을 얘기하고 푼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충실하냐는 질문입니다.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
글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열성을 다하고 있는지 작가는 이에 답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피아노 치는 시인이라고 부끄러운 홍보를 하였지만, 저는 작가의 길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랍니다.
나이들어서도 청중들이 있던지 아니던지, 묵묵하게 홀로 피아노 연습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홀로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나의 연주에 스스로 감동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울컥하고 눈물이 그렁 그렁 맺히면 충분합니다.
누가 읽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무도 몰라도 작품을 쓰고 다듬습니다.
홀로 한밤에 새벽에 내 글을 쓰고, 무엇보다도 내 글을 읽으면서 울 수 있으면 족합니다.
그것이 진실이 가득한 작가적인 것이고, 그것이 곧 시인의 마음입니다.
홀로 나의 작품을 감상할 때, 부끄럽지 않으면 되는 것이 작가정신입니다.
2025년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 중에서도 상하이의 피아노 연습실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홀로 쌓은 소리의 예술, 나의 음악을 담은 그 피아노 연습실을 기억합니다.
이 피아노 연습실에서 1시간 오로지 혼자서 음악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지만 충분히 행복하였습니다.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아무도 없을 때, 혼자만의 진실한 순간을 가지는 그 힘이 소중합니다.
프리드리히 니체도 그의 스승 쇼펜하우어도 혼자서 고독을 즐기면서 삶을 잘 해쳐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 지점에 저는 맞고도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왼손, 오른손, 따로 연주가 되지만 합쳐져서 아름다운 합주가 되는 이치입니다.
피아노는 왼손.. 글쓰기는 오른손 그렇게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피아노 연습도 글쓰기도 홀로 하지만, 늘 공연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라도
홀로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홀로 해낼 수 있게 되면
홀로 일어서는 것이 습관이 됩니다.
홀로 열심히 연습하면 주변에 함께 호응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것이 조화로운 왼손 오른손의 세상을 만들게 됩니다.
세상을 함께 연주하면 독주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됩니다.
글을 쓰는 것도 혼자만의 시간을 위한 최선의 순간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이 혼자가 두려우면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혼자이지만 자신과 대화를 하면서 세상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작가입니다.
작가는 혼자가 되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글이 블로그 세상에서 하나의 연주가 화음으로 다른 작가님들의 연주와 합주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더 아름다운 블로그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미래의 손자 또 손녀가 미래의 나에게 물어볼 수 있겠습니다.
"할아버지 글을 쓰는 것은 왜 두 손가락으로 해요?"
"아! 그것은 두 손으로 문장을 만들기 때문이란다."
"한 손가락이면 문장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아! 두 손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듯 좌우 두 손으로 타이핑을 치면서 조화로운 문장이 완성되는 거란다."
2월 중순 돌아오는 설 명절에 가족들과 피아노 연습 홀에서 음악회를 갖기로 하였답니다.
가족들만 모여서 조촐하게 음악회를 갖는 시간인데요.. 벌써부터 설렙니다.
오랜만에 모이는 가족들이 벌써부터 보고 싶네요.. 피아노 음악으로 달래봅니다.
2026년에는 음악에 대한 테마로 새로운 소설 작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피아노 연주가 주인공이 될 겁니다. 못다 한 피아노 연주가의 꿈을 소설에서 이루어보고 싶습니다. 음악가가 주인공인 로맨스 소설이 될 겁니다. 올 연말에 퇴고될 목표로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블로그 이웃님들> 올봄에는 인문학 에세이 <블로그 사피엔스> 출간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1월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함께 2026년 첫달 한달을 알차게 보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