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게 없던 적이 있지 않은가? 특히 독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읽는 중에는 새로운 지식을 얻은 거 같아 신이 나지만, 책을 덮는 순간 수증기처럼 증발한다. 간혹 누군가가 “그 책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어... 좋았어.." 라고 밖에 말을 못 하는 자신이 답답하다. 분명히 깨달은 점이 있는데 무엇이라고 표현하기가 어렵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자신감은 떨어지고 책과 인연이 없다며 독서를 중단하고는 한다.
나 또한 책을 읽은 후 거의다 잊어버렸다. 이런 나의 모습에 자책을 하기 일쑤였고, 억울해서라도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다. 독서를 시작한지는 이제 3년 차다. 독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만큼 초보 독서가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지금까지도). 그래도 꾸준히 읽다 보니 조금씩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여러 방법 중에서 책 리뷰에 대한 글을 쓴다.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우리가 책을 읽은 후 느낀 점을 쓰지 못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정답’을 찾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정답’과 ‘오답’으로 공부를 해왔다. 오답은 ‘틀렸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오답에 대한 공포감이 생겼다. 어떤 글을 쓰려고 하면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서평이라고 하면 전문가만이 쓰는 글이고 어떤 구조나 형식에 근거하여 써야 된다는 압박이 있다. 그래서 멀게만 느껴진다. 독후감은 어떠한가? 깊게 파고들면 독후감 또한 구조가 있다. 서평에 비해 주관적이고 주어가 ‘나’이다. 그리고 저학년 때 숙제로 하다 보니 거부감이 생긴다. 나는 이렇게 어려운 것은 던져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독서 초보가에게는 서평이나 독후감은 아직 순서가 아니다. 걸음마 – 걷기 – 달리기 순이 있듯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쓸 때도 첫걸음이 있다. 또 걸음마를 할 때 이렇게 이렇게 걸어야 한다고 배운 사람이 있는가? 자유롭게 본능적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첫 글쓰기 또한 자유롭게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서평, 독후감 모두 내려놓고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책 리뷰’를 시작 하자. 이것은 정해진 구조도 없고 형식도 없다. 내가 만드는 것이다.
책을 덮은 후 리뷰를 쓸 때 유용한 방법이 있다. 바로 책에 표시된 부분을 참고하는 것이다. 읽는 중간중간에 중요한 부분이나 인상 깊게 읽은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빈 공간에는 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으면 더 좋다. 공감한다면 ‘나도 이렇게 생각한다’, 반대 의견이 있으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와 같이 적는다. 이러한 작업만으로도 오래 기억이 되며 ‘발췌 법’이라고 해서 두 번째 읽을 때는 이 부분 위주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책에서 중요한 내용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으므로 리뷰를 쓸 때는 꼭 펼쳐서 참고하며 쓰도록 하자.
어떤 책이든, 글이든 글쓴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 책을 다 읽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책 제목과 부제목을 보고 목차와 프롤로그를 본다. 제목에는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게 들어 있고, 목차는 뼈대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프롤로그에는 저자가 왜 책을 썼는지와 누구를 위해 썼는지를 보여준다. 여기를 다시 읽어보면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하루 종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계속해서 생각한다. 생각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책 리뷰를 쓰려고 마음을 먹어도 생각 정리가 안 돼서 미루는 사람이 많다. 무슨 정리가 안 됐냐고 물어보면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써야 할지, 마무리는 무슨 말로 끝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리뷰는 절대로 못 쓴다.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인 강원국은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고 했다. 우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이든 공책이든 펼쳐야 한다. 그리고 쓰면서 정리하는 것이다. 어휘, 주술 호응, 구조 모두 틀려도 괜찮다. 일단 쓰고 보는 거다.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면 조금씩 진도가 나간다. 한 문장을 써놔야 다음 문장이 생각난다. 만약 첫 문장을 글로 표현하지 않았다면 그 문장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생각이 정리되면 쓴다는 것은 쓰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100% 정리되는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동시에 기대치도 높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보는 뉴스와 칼럼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책 리뷰를 보더라도 장문은 물론이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는 글이 많다. 이런 리뷰 앞에 서면 힘들게 쓴 내 글이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그래서 그만두기 십상인데 보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리뷰 속에 숨은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글을 쓰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글을 썼을 것이며 얼마나 많은 좌절을 했을까? 게다가 보이는 글은 완성된 글이다. 글 하나를 쓰더라도 수많은 고민과 ‘백 스페이스’를 두들겼을 것이다. 글을 다 썼다면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퇴고를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읽는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과정 끝에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몇 시간씩 걸리며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있다. 초보자는 당연히 다 어설프고 엉성하다. 이 점을 받아들이고 좌절하지 말아야 좋은 글이 탄생한다.
처음에는 책 리뷰를 쓰는 스킬이나 노하우를 쓰려고 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사실 마음가짐이 5할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보면 마음이 있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마음이 없다면 무엇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슷한 예로 ‘하고자 하면 산도 옮길 수 있지만 마음이 없다면 조약돌도 무겁다’가 있다. 우선 마음가짐을 바꿔보자. 그리고 전문가가 될 게 아니라 취미로 책 리뷰를 쓰고자 한다면 나만의 방법으로 쓰면 된다. 리뷰에 정해진 룰은 없다. 내가 만들고 내 개성대로 쓰면 된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저절로 욕심이 생긴다. 그때 조금 더 전문가스러운 글을 쓰면 된다. 처음부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이 글을 읽고 책 리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줄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