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새벽 첫 차를 타본 적 있으신가요? 평소보다 이른 새벽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아직 컴컴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정류장에 선 적이 있으신가요?
며칠 전, 처음으로 첫 차를 타고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는 보통 자차로 움직이지만 그날은 와이프가 차를 쓴다고 하여 부득이 첫 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첫 차라서 매우 한적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웬걸 정류장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버스 안은 예상보다 훨씬 붐볐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다들 졸린 눈으로 조용히 버스에 올라타는 모습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나 혼자 힘든 게 아니었구나.” 나만 열정이 식은 게 아니고 나만 막막한 게 아니구나. 누군가는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고 있고 그게 매일 반복된다는 걸 그 순간 아주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자주 열정이라는 단어에 속곤 합니다. 열정은 불꽃처럼 활활 타올라야 한다고 생각하죠. 무엇인가를 향한 강렬한 동기, 잠을 줄여가며 몰입하는 집중력, 그런 걸 '진짜 열정'이라고 여기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열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대단한 목표가 없어도 묵묵히 움직이는 그 마음이야말로 진짜 열정일지도 모릅니다.
요즘처럼 쉽게 지치고 무기력함이 금방 찾아오는 시대에 열정을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SNS를 보면 다들 멋진 삶을 살고 있고 나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아 조급해지기도 하죠. 그럴 때일수록 조용히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게 첫 차를 타는 일이었어요.
그 새벽의 차창 너머로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들, 인사를 나누는 이웃들, 이 모든 게 제 안의 무언가를 다시 움직이게 했습니다. 다시 뭘 시작해야겠다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오늘 하루는 무너지지 않고 살아보자’는 아주 작고 단단한 다짐이었습니다.
열정은 언제나 큰 사건에서 생기지는 않더라고요. 때로는 그렇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조용히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그걸 마주하려는 마음가짐이에요.
혹시 지금 ‘나는 왜 이렇게 의욕이 없지?’라며 자책하고 있다면 꼭 한번 이른 아침 첫 차를 타보세요. 사람들은 말없이 바쁘고 조용히 분주합니다. 그 속에 섞여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위로가 됩니다. 당신만 지친 게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같은 하루를 견디고 있다는 걸, 그 새벽은 분명히 말해줄 거예요.
다시 불붙는 열정이 아니라 작지만 꾸준한 용기. 저는 그걸 첫 차에서 배웠고 오늘도 조금은 덜 흔들리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잠시 멈춰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열정은 그리 멀리 있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