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by 오동근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와 맥주를 마시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혹시 너 예전에 그 스투시 후드티 자주 입고 다녔던 거 기억나?"

제가 웃으며 대답했죠. "그때 내가 유행을 앞서간 거였네. 요즘 다시 유행이라던데?"

이런 사소한 대화가 이어지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유행이라는 건 돌고 도는구나. 마치 시간이 한 바퀴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순간 머릿속에 스친 책이 하나 있었습니다. 김정운 교수님의 『에디톨로지』라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에서는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고,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어떻게 새롭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합니다. 그 내용을 접했을 때 저는 크게 공감했는데요, 만약 이 논리를 제 삶에 대입해 본다면 결국 저도 제가 경험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데이터’를 많이 넣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느냐에 따라 뇌가 만들어내는 미래의 시뮬레이션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라고들 말씀하십니다. 맞는 말씀이죠. 100%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미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삶에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업무 시간 중에 회사의 기존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데 관심이 생겨 퇴근 후 혼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이게 정말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시간 낭비라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속에서 ‘이건 곧 중요해질 거야’라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실제로 회사에서 자동화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저는 선발 인력이 되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때 저는 정말 강하게 느꼈습니다. 나의 직감은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학습들이 내 뇌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결합되고 있었고 그것이 내 행동의 방향을 만들어냈던 거라고요.


이후로 저는 ‘데이터’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데이터를 숫자나 표로만 인식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뇌가 받아들이는 데이터는 훨씬 다양합니다. 책에서 읽은 한 문장, 길을 걷다 본 풍경, 친구와 나눈 대화, 내가 했던 실수까지 모두가 데이터입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뇌 속에 어떻게 축적되고 얼마나 자주 연결되며 어떤 방식으로 해석되느냐는 것이지요.


많은 분들이 '뇌가 미래를 어떻게 알아?'라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도 뇌는 현재의 자극을 과거의 경험과 비교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시뮬레이션한다고 합니다. 누군가 날카로운 말투로 대할 때, 우리는 이전에 겪었던 유사한 상황을 떠올려 ‘아, 지금 이 사람은 기분이 안 좋구나’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예측입니다. 우리가 자각하지 못할 뿐이지 뇌는 항상 예측의 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오늘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험 하나하나가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저를 구성할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책을 읽고, 익숙하지 않은 곳을 걸어보는 모든 순간이 뇌에게는 소중한 데이터가 되어 쌓이게 됩니다. 그렇게 쌓인 데이터는 언젠가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내가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줍니다.


물론 우리는 단번에 인생을 뒤바꿀 만큼의 거대한 경험을 매일 할 수는 없지만 작은 변화는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평소와는 다른 책 한 권을 읽는다든지, 늘 가던 길이 아닌 다른 골목으로 돌아간다든지, 또는 누군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뇌는 전혀 다른 데이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쌓임이 결국 더 넓은 시야, 더 깊은 통찰, 더 나은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이 순간을 단순한 읽기 경험으로 넘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의 어느 한 문장이 여러분의 뇌 어딘가에 저장되어 앞으로의 삶에서 어떤 방향성을 결정짓는 힌트가 되어드릴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뇌는 생각보다 훨씬 섬세하고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작동합니다. 그리고 그 정교함은 매일같이 쌓이는 ‘좋은 경험’이라는 재료를 통해 더 빛을 발하게 됩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고 오늘 하루를 진심으로 살아내는 데 집중해 보세요. 그렇게 쌓인 오늘들이 모여 결국에는 여러분의 내일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스로를 능가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