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능가하는 삶

by 오동근

“어? 그거 당신 스타일 아니잖아.”

얼마 전 와이프와의 대화에서 들은 말이에요. 그날 저는 충동적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자고 얘기했거든요. 보통의 저는 여행이든 뭐든 계획 없이는 절대 못 움직이는 성격이에요. 근데 이상하게 그날은 뭔가 되는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굳이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100% 계획대로 되는 것도 아닌지라 그냥 부딪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실행해보았습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하기에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운동도 하고, 시간 관리를 위해 다이어리도 쓰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비슷한 삶이 반복되잖아요. 스스로 변화하려고 애쓰지만 정작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고 ‘나는 왜 이 모양이지?’라는 자책만 늘어가요. 그런 삶 속에서 진짜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고민하게 되죠.


많은 사람들이 자기 계발을 한다고 말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남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누구처럼 되고 싶다’, ‘누가 저렇게 하니까 나도 해봐야지.’ 물론 누군가에게 자극받는 건 좋은 일이지만 거기서 멈추면 결국 자기 복제에 불과해요. 진짜 중요한 건 남보다 나은 내가 아니라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나거든요. 남보다 잘하는 건 상대적이지만 나를 능가하는 건 절대적인 변화예요. 내가 나를 이겨내는 순간 그게 진짜 성장의 시작이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능가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해답이 ‘반대로 해보는 용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평소 내가 절대 하지 않던 것 ‘그건 내 스타일 아니야’라고 선을 그었던 것들을 일부러 한 번 해보는 거예요. 계획형이면 즉흥적으로 움직여보고 즉흥적인 사람이라면 일주일 치 계획을 세워서 실천해 보는 거죠. 처음엔 당연히 불편해요. 어색하고, 괜히 시간 낭비 같고, 실패할 것 같기도 하죠.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시간 계산이 안 맞아서 허둥댔고 밥집도 제대로 못 찾고 우왕좌왕했어요. 그런데 그런 엉망진창 속에서도 느꼈어요. '아, 이런 게 자유구나. 이런 게 새로운 나를 만나는 거구나.'


사람들은 흔히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해요. 그 말엔 일종의 자기 확신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자기 한계를 규정짓는 위험한 말이기도 해요. 나는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야, 나는 원래 감정 표현을 못해, 나는 원래 게을러. 이런 식으로요. 근데 그 ‘원래’는 대부분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착각일지도 몰라요. 한 번도 진짜로 다른 방식으로 해본 적이 없는데도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해 버리는 거예요. 결국 스스로 만든 틀에 갇혀 계속 같은 패턴으로 살게 되는 거죠.


저는 어느 순간부터 작게라도 이런 실험을 해보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늘 먹던 점심 메뉴 대신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에 도전하거나, 평소엔 절대 안 하던 시간에 운동을 해보거나, 낯선 장소에 일부러 가보는 식으로요. 그렇게 작은 것부터 ‘평소의 나’를 살짝 비틀어 보면 생각이 유연해지고, 감정의 폭도 넓어지고, 새로운 가능성들이 눈앞에 펼쳐질 수 있어요. 내가 나를 규정했던 방식들이 실은 별 의미 없었구나 깨닫게 돼요.


사람들은 흔히 ‘변화는 어렵다’고 말하는데 익숙한 걸 놓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에요. 하지만 그 익숙함이 사실은 우리를 가장 많이 지치게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새로운 삶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가장 큰 모순일지도 몰라요. 결국, 지금의 나를 넘어서기 위해선 지금까지의 나를 깨뜨려야 해요. 그래야만 내가 몰랐던 나를 만날 수 있고 그 새로운 나로 인해 삶 전체가 변할 수 있어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변화는 멀리 있지 않아요. 아주 사소한 선택 하나, 아주 작은 반대 방향의 움직임 하나에서 시작돼요. 그게 습관이 되고 쌓이면 우리는 결국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삶을 살 수 있게 돼요.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능가의 삶, 그것이 진짜 인생의 전환점이에요. 그러니까 오늘 단 한 가지라도 괜히 해보고 싶었던 걸 시도해 보세요. 지금까지의 나에게선 상상도 못 했던 그 새로운 내가 바로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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