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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삶

by 오동근

어릴 적부터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엄격한 부모님의 통금 시간 때문에 친구들과 놀다 말고 집으로 뛰어가던 대학 시절엔, 그저 밤 10시 이후에도 길거리에서 바람을 쐴 수 있다면 진짜 자유를 얻는 거라 믿었죠. 그런데 웃기게도 지금은 아무도 저를 통제하지 않는데도 불안할 때가 더 많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내일이 막막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자유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흔히 자유를 외부 환경과 관련된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규칙이 없는 삶, 간섭받지 않는 삶, 원하는 대로 소비할 수 있는 삶. 광고 속 모델처럼 여유로운 해변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모습은 마치 자유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죠. 열심히 일해서 좋은 차를 사고, 원하는 옷을 사고, 비싼 디저트를 먹으며 ‘이게 바로 자유지’라고 스스로를 세뇌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일시적인 기분 전환일 뿐이라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너무 지쳐서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를 켜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던 날. 맛있는 것도 먹고, 하고 싶었던 것도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알고 선택할 수 있는 상태라는 걸요. 바깥의 환경이 아니라 내 안의 의지를 스스로 들여다보는 데서 오는 자유가 진짜 자유였던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더 큰 나’를 만나기 위한 노력은 자유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 속에서 살아갑니다.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지금 운동을 할지 내일로 미룰지, 퇴사할지 버틸지. 이런 선택 앞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흔들립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선택이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귀찮아서’, ‘지금 기분이 안 좋아서’라는 이유로 우리는 늘 어제와 같은 삶을 반복하곤 하지만 그런 감정들과 행동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또 다른 나, 즉 '지켜보는 나'가 존재한다는 걸 의식하는 순간 우리의 선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더 큰 나는 언제나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다만 일상의 소음과 속도에 묻혀 그 존재를 잊고 살아갈 뿐입니다. 저 역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긍정적인 확언을 외치고 짧은 명상이라도 시도하면서 더 큰 나와 연결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그런 습관이 쌓이면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힘이 조금씩 생겨납니다. 나의 본질은 슬픔도 아니고 우울도 아니며 때론 그 모든 상태를 지켜보며 조율할 수 있는 더 근원적인 나에 있다는 사*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은 훨씬 가볍고 유연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라서’, ‘나는 원래 우울한 사람이니까’ 하며 자신을 규정해 버립니다. 하지만 정체성은 단단하게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드럽고 유연한 것입니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다를 수 있고 우리는 그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존재입니다. 슬픔과 불안은 본질이 아니라 경험일 뿐입니다. 그 감정을 지켜보며 다른 태도를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더 밝고 가벼운 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너무 추상적이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저는 실제로 이 방법으로 제 삶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엔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조건 자책부터 하던 제가 요즘은 ‘지금 기분이 나쁜 건 당연하다’고 말하며 그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조금의 여유가 생기면 단 한 문장이라도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문장을 찾기 위해 책을 펼칩니다.


우리는 날마다 무수히 많은 자극을 마주합니다. 광고, 뉴스, 사람들의 평가. 그리고 그런 정보들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더 큰 나’를 떠올려야 합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훨씬 중요하니까요. 비교의 눈을 거두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자유를 향한 시작입니다.


결국 진정한 자유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순간 이미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선택 앞에서 작은 기분이 아닌 큰 나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기준에도 흔들리지 않고 진짜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곧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 아닐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아마 자유를 꿈꾸고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잠시 멈춰서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누구의 목소리에 따라 살고 있는가?” 그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이미 더 큰 나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디신 겁니다. 당신 안에는 이미 충분한 가능성과 날개가 있습니다. 이제는 날아오르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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