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을 당시에는 공감하며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책의 내용일 기억나지 않는 경험. 어쩌면 많은 분들이 겪어봤을 만한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명히 그때는 감동을 받았고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많이 읽고도 삶이 달라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책에서 단 한 문장만 내 것으로 만들자”는 결심을 하면서부터 책을 대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정독하지 않으면 마치 책을 ‘낭비’ 한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내용은 대충 보면서도 페이지 수는 착실히 채우곤 했습니다. 그 결과 책은 많이 읽었지만 남는 게 별로 없었고 지식보다는 피로감이 더 크게 남았지만 책에서 딱 한 문장만 건지겠다는 목표를 세우니 책을 읽는 감각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가벼워지고, 한 줄 한 줄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으며, 어떤 문장이든 인상 깊게 다가오면 그때마다 책 앞면지에 적어두었습니다. 전부 읽은 뒤에는 그 후보 문장들 중 하나를 골라 내 식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단순히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내 언어로 풀어내는 식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책 한 권의 핵심이 명확하게 남고 그 문장이 왜 나에게 중요했는지도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손으로 직접 옮겨 적는 행동이 더욱 깊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종이에 베껴 썼고, 점점 노트 앱이나 작은 메모장, 태블릿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필사해 보았습니다. 똑같은 문장을 써도 시간, 장소, 도구가 달라지면 떠오르는 생각이 전혀 달랐습니다. 카페에서 노트에 적었을 때는 조용한 몰입감이 있었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을 때는 빠르게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날은 평범하게 느껴졌던 문장이 사업 아이디어로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필사를 구시대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거나 시간 낭비로 여기지만 실은 그 방식이야말로 생각을 내면화하고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필사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연습입니다. 반복되는 필사의 과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는 블로그 글이 되기도 하고 강의 주제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전혀 새로운 목표를 만드는 촉매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가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돼라”는 짧은 문장을 반복해서 써보며 깊은 질문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유익한 존재인가?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 반성은 나의 소비 습관, 인간관계, 책에서 만난 문장 하나가 나의 일상을 정비하게 만들었고 그 일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 매체가 아니라 나를 더 나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저 읽고 넘긴다면 그 힘은 충분히 발휘되지 않습니다. 책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은 ‘쓰기’입니다. 그리고 그 쓰기는 가능한 한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환경에서 반복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책을 통해 나를 바꾸고 싶다면 완독보다는 한 문장을 붙잡아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 문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써보고 반복해서 떠올리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깊은 생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입니다. 결국 책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은 내가 책에 대해 ‘쓰고 말할 수 있을 때’ 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야말로 우리를 진짜 성장하게 만드는 여정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