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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자기 평가가 필요한 이유

by 오동근

몇 년 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캠핑을 간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만든 김치찌개를 모두들 맛있게 먹어주었고 칭찬까지 받으니 괜히 으쓱해졌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건 진짜 맛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후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김치찌개 조금 짰어.” 당시 모두가 맛있다고 했기 때문에 스스로도 요리가 수준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큰 착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 있나요?

우리는 남의 음식, 말투, 실력은 제법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인간의 불행은 조용한 방에서 홀로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벗어난 공간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은 참으로 불편합니다. 스스로의 모자람이 고스란히 드러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소비하며 자신을 회피하게 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조용한 방’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을 때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결국 삶의 방향을 바꾸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이 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클라이언트도 없고 팀도 없이 혼자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비로소 진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가 평가해 주는 것도 아니고 칭찬을 기대할 상대도 없는 상황에서 ‘지금 내가 만든 이 콘텐츠는 과연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매일 던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질문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피드백을 요청하는 방식이 달라져서 친한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저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결과물을 보여주고 냉정한 평가를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방식이었고 때로는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이야말로 저를 성장시킨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치 운동을 하면서 매일 체중을 확인하듯 삶의 영역에서도 자기 점검은 건강한 루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 평가는 결국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입니다. 자존심이나 감정을 내세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말하고 부족한 것은 겸허히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스스로를 낮추거나 반대로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극단이 아니라 정확성입니다. 지금의 실력, 현재의 위치, 앞으로의 가능성을 명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신을 아끼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 평가를 자기비판이나 자기혐오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평가는 스스로를 미워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돌보기 위한 과정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 지혜입니다. 책을 읽고, 피드백을 듣고, 기록하며 점검하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요즘 저는 하루를 시작할 때 5분 정도 조용히 앉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어제 나는 얼마나 집중했는가’, ‘지금 이 일은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분야인가’와 같은 질문들입니다. 이런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를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정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있으니 다른 이의 말에도 여유 있게 반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가장 오래 함께 살아야 할 존재인 나 자신을 더 잘 알아야 합니다. 남보다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며 남의 평가에 앞서 나의 기준이 분명해야 흔들림이 적습니다. 남의 커피는 냉정하게 평가하면서 내 커피엔 칭찬만 늘어놓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실력과 생각을 꾸준히 점검하고 조율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기 평가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성장의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편안한 길에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를 깊이 들여다보고 내가 진짜 원하는 방향을 향해 나를 이끌어가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나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조용한 공간에 앉아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만든 이 삶 정말 잘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삶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자신을 안다는 것 그것은 인생을 단단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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