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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반경 확장하기

by 오동근

하루 중 가장 멀리 이동해 본 거리가 어디까지였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람은 평균적으로 평생 동안 약 12km 반경 안에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들었을 때는 믿기지 않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 역시 그 안에서 벗어난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전국을 다니며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곤 했지만 사회인이 된 이후에는 회사와 집, 가까운 편의점이나 식당 정도가 제 삶의 전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날수록 익숙함을 택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본능 같은 갈망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 곧 자유와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유현준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었는데 사람이 공간적으로 더 넓은 곳을 경험할수록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인간은 유목 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이동하던 존재였고 그런 본성이 아직도 우리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갈망도 어쩌면 단순한 ‘심심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본능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많은 분들이 ‘삶의 반경을 넓히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반경을 넓힌다는 것은 단지 멀리 나간다는 물리적 의미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낯선 골목을 걸어보는 것, 평소에 가보지 않던 도서관을 들러보는 것, 또는 온라인상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소통해 보는 것 또한 삶의 반경을 넓히는 일이 됩니다. 저는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고 다양한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분명히 이전보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이동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감정과 정보 그리고 시야의 확장입니다.


어떤 날은 뮤지컬 한 편이, 어떤 날은 책 한 권이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때로는 낯선 사람과 나눈 대화 한 마디가 나의 생각과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삶의 반경을 넓히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계획이나 예산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작은 시도입니다. 아주 사소한 용기,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저는 매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멀리 나아갔는가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것을 경험했는가. 그런 질문이 제 하루를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여전히 낯선 곳은 낯설고 새로운 만남은 어색하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계속해서 시도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제가 자라나는 걸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삶의 확장이며 결국에는 더 큰 만족감과 자유를 안겨주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언젠가 제가 경험한 이런 순간들을 책으로 묶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지침서가 된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께도 조용히 여쭙고 싶습니다. 오늘 당신의 삶은 어디까지 다녀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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