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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자유

by 오동근

"지금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일을 하는 동안 자주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유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며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지”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지만 정말 그런 단순한 정의로 자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하고 싶은 일’이 과연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지 아니면 주변의 기대와 이미지 속에서 만들어진 욕망은 아닐지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에 대한 고민은 그렇게 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에는 자유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고 여겼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 이직하는 것, 혹은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 모두 자유로운 삶의 표현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그런 생각이 꼭 맞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자유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욕망에 이끌려 끊임없이 뭔가를 갈망할수록 마음 한편에서는 더 깊은 구속을 느끼게 되거든요.


요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선택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을 켜기만 해도 수백 개의 상품이 쏟아지고 유튜브만 켜도 수천 개의 콘텐츠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중에서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것이 얼마나 될까요? 가끔은 선택이라는 행위 자체가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설계해 놓은 방향대로 나도 따라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나의 선택이라 착각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유난히 피곤한 어느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지만 괜히 인스타그램을 열어 누군가의 여행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나도 지금 어딘가로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결국 억지로 카페에 나가 사진을 찍고 ‘힐링 중’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실 전혀 힐링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이처럼 욕망은 때로 우리를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고 그것을 따르면서도 자유롭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런 경험들을 반복하면서 진짜 자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한 발 물러나 볼 수 있는 여유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낚시 대신 책을 읽기로 선택했던 어느 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깊은 만족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조용한 시간 속에서 저는 비로소 자유를 경험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제약 없는 상태’라고 오해합니다. 간섭받지 않고, 아무도 나를 통제하지 않는 상태가 자유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를 얻기 위해 회사를 떠나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곤 하지만 그런 외부의 조건만으로는 만족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입니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습관과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떤 환경에 있든 진정한 자유를 누리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자유는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스스로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찾아옵니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이 선택이 진짜 나의 의지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은 그 자체로 나를 구속에서 풀어주는 열쇠가 됩니다.


이제 저는 자유를 '나답게 살기 위한 거리두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행동을 하기 전 충동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한 번쯤 멈춰서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시간.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을 일부러 하지 않는 선택을 통해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느낍니다. 요즘은 주말마다 스마트폰을 끄고 SNS를 멀리하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비교하지 않아도 되고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 속에서 저는 비로소 저 자신을 온전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삶의 조각들. 그 속에야말로 진짜 자유가 숨어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신다면 그 자유가 정말 여러분이 바라는 모습인지 한 번쯤 돌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외부의 화려함이 아닌 내면의 조용한 여백 속에서 피어나는 것입니다. 가끔은 세상의 속도에서 한 걸음 떨어져 나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자유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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