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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은 없다

by 오동근

독서로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은 없다

여러분은 일요일 밤을 어떻게 보내십니까?

주말의 끝자락, 일요일 저녁은 참 묘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날부터 시작될 일상에 대한 긴장감이 조용히 밀려오거든요. 저는 그 감정이 꽤 불편하게 느껴졌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일요일 저녁만큼은 가능한 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도서관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저녁을 간단히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집 근처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도서관 자리에 앉아 가만히 책을 펼치고 있노라면 하루 동안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크고 작은 잡념들이 서서히 정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짧지 않은 두 시간을 조용히 나 자신과 마주한 뒤 도서관을 나설 때의 그 정돈된 감정 그리고 왠지 모르게 가벼워진 마음. 단지 책 몇 장 넘겼을 뿐인데 삶이 아주 조금 더 괜찮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그것은 책이 주는 힘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독서를 ‘정보 습득’이나 ‘지식의 확장’으로만 바라보곤 하지만 저에게 독서는 ‘정서의 재정비’라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복잡했던 감정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주는 어떤 정리의 과정 말입니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반드시 무언가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는 효율적인 독서를 위해 밑줄을 긋고, 요점을 정리하며, 기억에 남기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물론 그것도 훌륭한 방법이지만 저는 가끔은 그냥 ‘읽히는 대로’ 읽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문장이 내 마음속으로 스며들게 두고 딱히 정리하려 하지 않은 채 흐름에 몸을 맡기는 독서 말입니다. 오히려 그런 방식이 나에게는 더 깊은 울림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내 삶을 비추는 문장 하나를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때론 그 문장 하나가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무르기도 합니다. 어떤 문장은 나에게 오래 묵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또 어떤 문장은 어렴풋한 감정을 또렷하게 언어로 정리해 줍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그게 책을 읽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날은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하고 몇십 쪽만 읽을 때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 읽으려고 도서관까지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꼭 많은 양을 읽어야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 또는 문장 하나가 마음을 울리는 순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게 진짜 독서의 의미 아닐까요?


요즘은 하루에 30쪽씩만 읽자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적은 양이 아닌가 싶었지만 이 30쪽이 쌓이면 결국 책 한 권을 완독 하게 되고 그 책들이 다시 나의 생각과 습관, 태도에 변화를 주게 될 것입니다. 특히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 생겼을 때 그 책을 다시 꺼내 읽는 일은 생각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많은 분들이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다시 읽을 시간은 없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늘 새로운 책에 눈이 가고 읽지 못한 책 목록이 쌓여가는 걸 보면 때로는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지만 정말 좋은 책은 한 번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다시 읽을 때 비로소 보이는 문장이 있고 그제야 온전히 와닿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읽는 독서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과거의 책이 다시 만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도서관에서 나오던 그날, 한 주를 그렇게 마무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매번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밤만큼은 그렇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지 활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주를 마무리하는 루틴을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꼭 독서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시간이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독서였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그 독서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아주 소중한 장소였습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스스로를 다시 조율할 수 있는 그런 공간과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 시간의 독서로 떨쳐낼 수 없는 불안감은 없다.” 그 말이 지금의 저에게는 참 크게 다가옵니다. 어쩌면 우리가 더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더 많이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많이 나 자신을 다독여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말, 여러분도 조용한 공간에서 책 한 권과 함께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아주 사소한 변화가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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