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유난히 무기력했던 한 주를 보내고 나니 기분 전환이 간절히 필요하여 주말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무언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마르크 샤갈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의 그림이 주는 감정적인 이미지와 색감이 어릴 적부터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던 터라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한 작품 앞에서 발길이 멈췄습니다. 파란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인물들 반쯤 열린 창문, 그 너머의 낯선 세계.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작가 샤갈이 남긴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창문으로 보았고 그 창을 통해 다른 세계로 날아올랐다." 그림 한 점이 마음속 어딘가를 흔드는 경험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이나 자연을 감상할 때 그것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처럼 여깁니다. 그림을 보며 ‘이건 무슨 뜻일까’라는 해석에 집착하거나 자연을 바라보면서도 ‘이게 무슨 효용이 있을까’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그런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미술관은 어려운 곳이고 자연은 여유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겼던 때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점점 더 빠르게 돌아갈수록 예술과 자연이야말로 삶에 숨을 불어넣는 유일한 쉼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술 작품이나 자연은 굳이 언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어떤 그림은 오래된 기억을 꺼내고 어떤 음악은 지금의 감정을 다독이며 어느 길가 나뭇잎 하나도 내 마음을 흔들어놓는 순간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나는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자책했지만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꺼낼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예술이 인간이 초월자와 연결되는 창이라 말합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예술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하나의 통로입니다. 실제로 전시회나 음악회에 다녀온 후 혹은 좋은 책을 읽은 날이면 저 역시 마음이 달라집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조금 더 부드러워지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예술은 단순히 감탄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을 깨우고 삶을 깊이 있게 만드는 중요한 자극제가 됩니다.
이렇듯 예술과 자연은 고정관념을 깨뜨립니다. 어떤 이는 예술을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연을 ‘힐링 콘텐츠’ 정도로만 여기지만 진짜 예술과 자연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누구든 느낄 수 있고 누구든 감동받을 수 있으며 때로는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수록 의도적으로 미술관을 찾고 자연이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려 노력합니다.
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는 특별한 게 없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느끼는 힘에서 비롯됩니다. 무엇을 보며 감동하고 어떤 음악에 울컥하며 어떤 풍경 앞에서 숨을 멈추는가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삶의 깊이입니다. 예술과 자연은 그러한 깊이를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거창한 무언가를 해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더 나다워지는 것입니다. 책 한 권, 그림 한 점,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내 안의 능력자가 깨어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것이 진짜 성장이고 진짜 확장입니다.
핸드폰 속의 자극적인 정보나 고정관념으로부터 잠시 멀어질 때 우리는 진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자연을 걷고 그림을 보고 글을 쓰고 감정을 느끼는 삶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우리는 결국 알게 됩니다.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깊은 존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