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 무렵 이제 성인이 되었다는 즐거움에 호기롭게도 “나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겠다. 어떤 일이 있어도 도전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때는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의 나는 수없이 많은 핑계를 대며 도전을 미뤘고 때로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불확실해서 겁이 나서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도전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느껴질 때면 오히려 더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도전을 하지 못하는 건 정말 게으르거나 의지가 약해서일까 아니면 길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의지력 부족 때문이라고 여기지만 이제는 확신합니다. 진짜 이유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길이 보이지 않으면 누구라도 무서운 것이 당연합니다. 익숙한 복도라도 눈을 감고 달려가라고 하면 누구나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잘 아는 분야라도 방향이 보이지 않으면 쉽게 발을 떼지 못하게 됩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몇 달 동안 넋 놓고 지냈던 시간,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지만 실패가 두려워 계속 생각만 하던 시간들, 모두가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막막함을 걷어준 건 거창한 조언도 유명한 멘토도 아니라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해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서 무작정 서점에 가 눈에 띄는 책들을 골라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흐릿했던 문제의 원인이 선명해졌고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안개 낀 길에서 천천히 시야가 트이기 시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세상에는 분명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처음에는 막연했던 것들이 점점 구조적으로 느껴졌고, 인간이 반복해 온 행동과 선택, 실패의 원리, 성공의 과정이 어렴풋이 공통된 궤도를 따라간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문학 책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방향이 서서히 잡혀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뭐가 달라지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바로 달라지는가'가 아니라 '보이기 시작하는가'입니다. 예측 가능성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말이고 두려움도 함께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보이기 시작하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움직임을 지속시키는 힘은 바로 꾸준함입니다.
작은 실철은 시작하니 어느 순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나는 왜 이것도 못 해’라고 자책하기 바빴던 내가 어느 순간 ‘나는 하루에 한 가지는 꼭 해내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믿음이 생기자 더 큰 도전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두려움은 있지만 예전처럼 발을 떼지 못한 채 머뭇거리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쌓아온 꾸준함이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아마 지금 무언가 망설이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쉽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여러분이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아직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뿐입니다. 그럴 땐 무조건 ‘크게 도전하라’는 말보다 작게 작게 시작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당장 오늘 책 3쪽 읽기, 스쿼트 1개 하기, 한 문장 써보기 등 결과를 따지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반복을 정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걸 내일도, 모레도, 또 그다음 날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백일쯤 지나면 스스로 놀라실 겁니다. “어? 나 해내고 있잖아.”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삼백일쯤 되면 인생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 삶을 바꾸는 건 대단한 의지가 아니라 보이는 길과 작은 꾸준함입니다. 그 두 가지만 갖추어진다면 도전은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오늘 아주 작은 도전을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분명히 내일은 조금 더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보임은 여러분을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