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는 연습

by 오동근

손바닥만 한 호수 위에 달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었고 그걸 보면서 문득 이게 진짜 달일까, 아님 그저 반사된 그림자일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 이후로 저는 같은 달을 보고도 왜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를까 진짜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하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질문에서 출발한 제 경험과 사유를 담은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비친 달을 마주합니다. 사람들의 의견, 미디어의 헤드라인, 친구의 한 마디 모두 반사된 달빛처럼 우리 눈앞에 나타나죠. 특히 투자나 진로 인간관계 같은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그 반사광이 더 강하게 다가옵니다. 몇 년 전 저는 주변의 추천과 SNS에서 본 성공 사례를 좇아 무턱대고 한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당시에는 이 정도 정보면 충분하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남들이 보는 달과 제가 실제로 마주해야 할 달은 달랐던 겁니다. 그때 깨달은 건 단순합니다. 반사된 정보는 빠르고 매혹적이지만 깊이는 없다는 것 그리고 깊이가 없는 판단은 결국 나를 흔들리게 만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반사된 달과 진짜 달을 구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독서’와 ‘사유’가 그 해답이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독서는 단순히 많은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닙니다. 책은 다양한 관점을 차분히 정렬해 주는 렌즈입니다. 어떤 책은 특정한 관점을 밀도 있게 제시하고 또 다른 책은 그 관점의 약점을 드러내어 균형을 맞춰줍니다. 저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었을 때 관련된 책들을 의도적으로 섞어 읽습니다. 그러면 한 권에서는 보이지 않던 맥락이 다른 권에서 드러나고 그렇게 서로를 비추는 과정에서 원래의 대상 즉 ‘진짜 달’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이 과정은 즉각적인 확신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확실함과 만나고 그 불확실함을 통해 더 단단한 판단을 길러냅니다.


책 읽는 건 좋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는 말도 자주 듣지만 제 경험은 정반대였어요. 독서는 현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현실을 더 선명하게 보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투자 결정을 할 때 단편적인 뉴스만으로 판단하면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반면 역사적 흐름이나 통계적 사고 심리학적 통찰을 읽어두면 같은 현상이라도 그 배후의 구조를 읽어낼 힘이 생깁니다. 독서는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준비 과정’입니다.


독서와 사유를 생활화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계속 습관을 유지하기 어려웠지만 작은 습관들이 쌓여 큰 차이를 만들더군요. 하루에 15분씩 특정 주제에 몰입하는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15분은 종종 좋은 질문을 낳았고 질문은 더 나은 정보 수집으로 이어졌습니다. 투자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직업적 선택에서든 저는 이제 즉각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이 선택은 어떤 가정 위에 서 있나?” “이 가정은 변하면 어떻게 되나?”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들이 바로 고개를 들어 달을 보게 하는 사유의 도구입니다.


누군가의 말 때문에 마음이 흔들렸던 날, 소셜 미디어의 화려한 성공 사례 때문에 스스로를 의심했던 날, 혹은 누군가의 확신에 휩쓸려 큰 결정을 내리고 나서 뒤늦게 후회한 기억 저는 그 모든 감정을 압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습니다. 흔들리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중요한 건 흔들림에 휘말려 중심을 잃는 것이 아니라 흔들림을 관찰하며 다시 중심을 잡는 연습입니다. 독서는 그 연습장을 제공합니다.


결국, 달은 늘 같은 자리에 떠 있습니다. 다만 우리의 위치와 시선 물결의 상태가 달라 보이게 만들 뿐입니다. 남들이 만들어낸 물결에 휩쓸려 반사된 이미지만 좇는 삶은 편해 보일 수 있지만 깊이와 지속성을 결여합니다. 반대로 스스로 고개를 들고 책과 사유를 통해 시선을 다듬는 사람은 같은 달을 볼지라도 다른 결정을 내립니다. 그 결정은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되기도 하고 일관된 행동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세요.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애쓰지 말고 고개를 들어 진짜 달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달을 바라볼 때 어떤 질문을 먼저 떠올릴지 생각해 보세요. “이것은 왜 중요한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같은 간단한 질문이 여러분의 판단을 훨씬 더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독서는 그 질문들을 더 깊게 만들고 사유는 그 답을 더 단단하게 해 줄 거예요. 나의 삶에서 진짜 달을 찾는 여정에 이 글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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