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간절한 마음으로

by 오동근

어젯밤, 저는 급하게 보낼 서류 한 통 때문에 동네를 헤맸습니다. 인쇄·스캔을 해줄 곳을 찾으러 몇 군데 문을 두드렸는데 모두 닫혀 있었고 겨우 찾은 곳도 영업 종료 직전이라 “대용량만 됩니다”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스친 건 정약용 선생님의 문구였습니다. “사람이 힘써 행하면 하늘이 도와주고 머뭇거리면 스스로 그 복을 잃는다.” 저는 평소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그냥 돌아섰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그런데 문득 한 단계만 더 간절해보자는 마음이 들었고 평소보다 더 진심으로 사장님께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사장님은 해주셨고 저는 그 덕분에 간신히 서류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짧은 에피소드는 단지 운이 좋았던 해프닝일까요? 한 단계 더 간절해진다는 것은 마법이 아닙니다. 누구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지만 그 최선의 기준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릅니다. 평소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른 이유는 마음의 강도 때문입니다. 간절함은 단지 감정이 아니라 행동의 강도와 지속성으로 드러나고 그 차이는 때로 결과를 바꿉니다.


사람들은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면 운이 없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실패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작은 시도들과 조용한 집요함이 있어야 다음 기회가 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 단계 더 간절하다고 해서 모든 문이 열리는 건 아니에요. 자연의 이치나 확률은 여전히 존재하고 때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과가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단계 더’의 가치는 확률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전장에서 이기기 전에 싸우지 말라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처럼 우리가 준비와 집요함으로 상황의 승산을 높일 때 우연이 아닌 기회가 찾아옵니다.


제 경험을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평소에 부탁을 잘 못합니다. 거절당할까 봐, 민폐를 끼칠까 봐 망설이곤 합니다. 그런데 그날은 ‘지금 하지 않으면 정말 끝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감각이 제 목소리와 행동을 바꿨습니다. 부탁의 말투가 달라졌고 상대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사람은 진심과 긴박함을 읽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심을 전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가 깨달은 또 하나는 작은 루틴을 깨는 일의 중요성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일정한 범위에서만 움직이는 습관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여기까지’라는 안팎의 한계가 몸에 배어 있고 그 한계가 안전을 주는 대신 기회를 막기도 합니다. 한 단계 더 간절하다는 건 그 루틴을 잠시 깨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 시도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전화 한 통, 조금 더 직접적인 요청 한 마디, 평소보다 10분 더 노력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 다른 결과가 도착합니다.


또한 실패를 너무 빨리 일반화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봤는데 안 되더라”는 말 뒤에는 보통 한 번의 시도밖에 없거나, 시도는 했지만 강도가 부족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성취는 종종 반복과 성찰의 결과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여러 번 부딪쳐 보고, 방법을 바꾸고, 타이밍을 조절해 보고, 사람을 바꿔가며 시도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건 결과만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실패는 과정의 일부이고 거기서 배우는 태도는 다음 시도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세상은 공정하지 않을 때도 있고 모든 노력이 보상받지 않는 현실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일입니다. 한 단계 더 간절해 보세요. 그것이 전화 한 통, 손 편지 한 장, 밤늦게까지 문을 두드린 행동일지라도 괜찮습니다. 어쩌면 그 한 걸음이 다음 문을 열어줄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공감할 분들이 분명히 많을 겁니다. “나도 해봤는데 결과가 없었다”라고 말하는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포기 전에 한 번만 더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더 진심을 담아보세요. 간절함은 때로는 나를 부끄럽게 하고 때로는 나를 조금 더 크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국 하늘이 도와주는 순간을 마주할 확률을 높여 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을 부르는 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