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안 보일 땐 뒤집어 생각하기

by 오동근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이제 정말 끝났다’라는 말이 맴도는 날. 회사에서 발표를 맡았는데 PPT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가, 시험 전날 갑자기 공부한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든가, 혹은 중요한 자리에서 보여줘야 할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아 마음 한구석이 쿵 떨어지는 그런 순간 말이죠.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있었는데 마감이 코앞인데도 자료에 아무리 손을 대도 형태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상사는 이미 “이번 발표가 다음 프로젝트 배정에도 영향을 줄 거야”라고 말한 상태였고 그 말이 저를 계속 압박했습니다.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 몇 시간을 붙잡고 있어도 문장은 매끄럽지 않았고 슬라이드는 정신없이 복잡하기만 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발표 자료를 어떻게든 깔끔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만 빠져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발표는 심플해야 한다”, “문장은 짧게”, “슬라이드는 최소한으로” 같은 정답 같은 규칙의 틀 속에서 어떻게든 맞추려고만 하다 보니 오히려 더 엉망이 되어 갔습니다.

그러다 잠깐 쉬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시는데 머릿속에 아주 단순한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정석대로 해도 안 된다면… 반대로 하면 어떨까?”


그래서 저는 발표 자료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그동안 복잡한 그래프와 멋있는 디자인에만 집착했었는데 이번엔 오히려 제가 직접 겪은 고객 사례 한 가지를 중심에 두고 슬라이드를 다시 구성했습니다. 정리된 문장이 아니어도 좋고 자료가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대신 ‘내가 실제로 본 것, 느낀 것, 해결한 것’을 솔직하게 풀어낸 결과 발표를 들은 다른 팀도 의외로 그 솔직한 사례에 더 집중했습니다. 내용이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는 방식이 새로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정답 같은 방식대로 해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정답처럼 보이는 방식이 사고를 막아버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는 문제를 해결할 때 하나의 방향만 정해놓고 거기서 헤매는 것입니다. 발표 준비를 예로 들면 어떤 사람은 디자인만 신경 쓰고 또 어떤 사람은 말투만 계속 연습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종종 정답 틀 바깥에 있습니다.


고정관념을 깨는 건 거창한 일도, 대단한 재능도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일상 속에서 자주 쓰는 방식들을 작은 방향에서 뒤집어 보는 연습이 더 도움 됩니다.

가끔은 너무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오히려 눈을 가릴 때가 있습니다. 정답처럼 보이는 공식에 매달릴수록 더 빠져나오기 어려워지고 그럴수록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시선을 살짝만 돌리면 아주 단순한 방식으로 길이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발표 자료 앞에서 헤맬 때 깨달았던 것처럼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먼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과감하게 뒤집어 보는 것이 의외의 해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지금 무언가 막막한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질문 하나만 던져보세요.

“혹시 나는 너무 한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질문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멀리 데려다 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방향 전환은 아마도 여러분만의 방식으로 여러분만의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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