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우리의 일상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얼마나 넓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삶의 결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책 속의 사진과 문장을 통해 목성의 고리나 먼 은하의 흐름을 상상하는 동안 제 안의 작은 세계가 서서히 확장되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건 상상력이란 ‘현실 도피’나 ‘공상’이 아니라 불확실한 현실을 더 담대하게 마주하게 해주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어느 주말 아침, 저는 근처 카페 창가에 앉아 창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갑자기 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바쁜 사람들이 ‘만약 지금 어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하는 상상을 하니 그날의 풍경이 달라 보였습니다. 상상력은 타인의 내면을 이해하게 만들고 공감의 폭을 넓혀줍니다. 이 경험 덕분에 저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도 더 섬세하게 보게 되었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상상력은 현실을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힘을 줍니다.
자유롭던 상상력이 특정 이념이나 확신으로 변질되면 그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막는 틀이 됩니다. 회사에서 만난 어떤 동료는 ‘이렇게 해왔으니 앞으로도 이 방식이 맞다’는 태도로 토론을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그의 상상력은 어느새 ‘변하지 않는 정답’으로 굳어져 있었고 그 결과 우리 팀의 아이디어는 점점 획일화되었습니다. 상상력은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왜 그래야 하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을 때만이 상상력은 유연함을 잃지 않습니다.
누구나 불안한 순간이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또는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상상력을 통해 가능한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저는 창업 준비를 하던 시절, 실패하는 장면만 떠올리며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그때 의식적으로 반대의 상상, 즉 성공했을 때의 구체적인 하루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놀랍게도 그 연습은 제 행동을 조금씩 변화시켰고 결과적으로 더 실질적인 준비와 작은 성취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상상은 두려움을 늘리는 도구가 아니라 두려움을 다루는 연습장이 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제안을 하나 하자면 ‘읽기’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겁니다. 책은 텍스트 사이사이에 여백을 남겨둬 독자가 그 여백을 채우게 만듭니다. 저는 주로 과학서와 산문을 번갈아 읽으며 상상력의 근육을 단련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즉각 소비되는 정보도 유용하지만 의도적으로 책을 통해 느리게 사유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쌓인 상상은 어느덧 삶의 문제를 새롭게 보는 눈으로 바뀝니다.
상상력은 우리를 더 넓은 세계로 데려가는 동시에 현실의 문제를 더 과감히 마주하게 하는 힘입니다. 그러나 이 힘을 유지하려면 늘 질문하고 다른 관점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상상력이 굳어 이념으로 변질되면 우리는 자기만의 감옥을 만들게 됩니다. 오늘 하루 작은 것 하나를 다르게 상상해 보세요. 버스 창밖의 한 장면, 저녁 식탁의 소소한 대화, 혹은 머릿속의 미래 한 장면이라도 좋습니다. 그 연습이 쌓이면 어느새 여러분의 세계는 더 넓고 부드럽게 변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결국 여러분 자신을 조금 더 담대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