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by 오동근

몇 년 전 저는 ‘한꺼번에 많은 책 읽기’에 집착했습니다. SNS에선 빠른 독서법과 하버드식 독서 노하우 같은 제목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고 저는 그것을 성취의 기준으로 삼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새벽에 알람을 맞춰 일어나고 점심시간엔 식판을 들고 달려가며 책장을 넘겼죠. 하지만 어느 순간 제 속도가 제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독서가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고 책을 덮을 때마다 공허함만 남았습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끝까지 하는 것이었고 그제야 속도를 버리고 방법을 바꿨습니다. 매일 10쪽, 아무리 바빠도 10쪽만 읽기로 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작은 습관이 결국 책 한 권을, 그리고 그다음 권을 완성하게 해 주었죠.


사람들은 ‘빠르게 끝내는 것 = 효율적’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놓치는 것이 많습니다. 책의 한 문단을 음미할 시간, 문장 하나에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그리고 그날의 피로를 녹여주는 사유의 여유를 잃게 됩니다. 저는 ‘꾸준함’이 쌓일 때 비로소 깊이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에세이에서 한 문장이 갑자기 과거의 상처를 건드릴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한 장 한 장을 천천히 넘기며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빨리 읽은 사람은 그 문장이 주는 위로를 놓칠 수도 있어요.


또 하나 ‘못 읽는 기간’이 곧 실패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저도 1월, 2월에도 책을 못 읽은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10년을 돌아보니 그때의 공백들은 인생의 중요한 다른 일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결국 읽지 못한 그 시간은 단지 다른 배움으로 바뀌었을 뿐이었고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미래의 꾸준함을 깎아먹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니 오늘 읽지 못했다고 실패한 사람이라는 자책은 이제 그만하세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서두르지 마세요. 그리고 조급함을 내려놓으세요. 속도를 강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자주 ‘더 빠르게’에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인생은 마라톤입니다. 때로는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는 것이 더 안전하고 더 견고한 길일 수도 있어요. 오늘 못 읽었다고 자책하지 말고 내일 10쪽을 읽을 작은 약속을 자신에게 해보세요. 1년 뒤, 그 작은 약속들이 모여 당신의 삶을 생각보다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끝까지 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와 깊이가 있습니다. 저와 함께 천천히, 그러나 꾸준하게 가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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