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일까?”
살다 보면 꼭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일이 조금 풀리려 하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고 마음을 다잡으려 하면 또 다른 걱정이 고개를 듭니다. 예전엔 이런 순간이 오면 속으로 투덜거렸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노력하는 것 같은데 결과는 더디고 주변 사람들만 잘되는 것처럼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 성공, 돈, 행운 같은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길 바랍니다. 마치 선물처럼 아무런 전조 없이 문을 두드려 주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제 삶에서 의미 있는 변화는 늘 불편함과 함께 시작됐습니다. 퇴사를 고민하던 밤들, 결과가 나오지 않아 초조했던 시간들, 사람 관계에서 상처받고 돌아서던 날들. 그때는 그저 고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순간들이 방향을 틀어 준 지점이었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힘들지 않게 느껴질 거라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그건 아닙니다. 고통은 여전히 아프고 역경은 여전히 버겁습니다. 긍정은 고통을 지워 주는 마법이 아니라 그 고통의 의미를 바꿔 주는 해석의 힘에 더 가깝습니다. 비를 맞지 않게 해주는 우산이 아니라 비를 맞으면서도 고개를 들게 해주는 마음 같은 것 말입니다.
예전에 큰 프로젝트를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준비는 많이 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 생겼고 결국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그때 저는 “역시 나는 아직 부족해.”라며 자책했지만 그 실패 덕분에 약점을 정확히 보게 됐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공부했고, 습관을 바꿨고, 일하는 방식을 수정했습니다. 그다음 기회에서는 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로 임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가 나를 무너뜨린 게 아니라 나를 재정렬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No Rain, No Rainbow.’
비가 오지 않으면 무지개도 없습니다. 이 말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이해하게 된 건 제 삶에 비가 길게 내리던 시기였습니다. 계획이 틀어지고, 기대가 어긋나고,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던 시간. 그 시간을 통과하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의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는 종종 고통을 ‘잘못된 길의 신호’로 해석합니다. 물론 방향을 바꿔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고통이 실패의 증거는 아닙니다. 때로는 그것이 성장의 전조증상일 수도 있습니다. 근육이 찢어져야 더 단단해지듯이 마음도 한 번쯤 흔들려야 넓어지는 것 아닐까요.
요즘 저는 힘든 일이 생기면 이렇게 묻습니다. “이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처음엔 억지로 하는 질문이었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라보니 문제는 예전처럼 절망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힘듭니다. 다만, 예전처럼 도망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비는 피한다고 멈추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혹시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면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이다’라고 단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아직 비 내리는 하늘일 뿐 무지개가 없는 하늘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합니다. 고통이 찾아왔다는 건 내 삶이 멈춰 있지 않다는 증거라는 것.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
그래서 오늘도 저는 비를 피하지 않기로 합니다. 고개를 조금 더 들고 젖은 채로라도 한 걸음 더 가보기로 합니다. 어쩌면 무지개는 우리가 고개를 들었을 때만 보이는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