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피하려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by 오동근

혹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이런 말을 되뇌어 본 적 있으신가요? “떨지 말자. 실수하지 말자. 망하면 안 된다.”

저는 첫 미팅을 앞두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수도 없이 되뇌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다짐할수록 손은 더 차가워지고 목은 더 말라왔습니다. ‘긴장하지 말자’고 말하는데 왜 더 긴장되는 걸까요?


최근에 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됐습니다. 우리 뇌는 ‘하지 말라’는 말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가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처럼요. 부정을 지우고 나면 결국 핵심 단어만 남는 셈입니다. 긴장하지 말자에서 남는 건 ‘긴장’, 실패하지 말자에서 남는 건 ‘실패’ 일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저는 요리를 하다가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짜게만 만들지 말자”라고 계속 생각하며 간을 보는데 결국 짜게 완성된 적이 여러 번 있었어요. 그 이후로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간을 맞추자.” 그랬더니 훨씬 편해졌고 결과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제게는 꽤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부정을 경계하는 태도가 더 신중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괜히 나섰다가 망하면 어쩌지”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럽죠. 저 역시 늘 수비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도전하기보다 방어하려 했고 성공을 상상하기보다 실패를 피하려 했습니다. 그게 더 현실적이고 겸손한 태도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태도가 제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실패를 피하려는 마음은 제 시선을 계속 실패 쪽에 두게 했고 그 불안이 행동을 위축시켰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잘해보자”, “일단 해보자”, “그냥 즐겨보자”라고 마음을 돌리니 몸의 긴장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스스로를 겁주지는 않게 됐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단 한 번의 점프 실수로 몇 년의 노력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어떤 마음으로 얼음판에 설 까요. “넘어지지 말자”라고 되뇌면 오히려 더 넘어질 것 같지 않나요? 아마도 그들은 “연습한 만큼만 하자”, “이 순간을 즐기자” 같은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기술만큼이나 마음의 방향이 중요하다는 걸 그들은 몸으로 알고 있을 테니까요.


물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저절로 잘 풀린다는 건 아닙니다. 긍정은 마법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이 아니라 시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실패 가능성을 모른 척하자는 게 아니라 그 가능성에 압도되지 말자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침마다 짧게라도 제 마음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낸다” 같은 말을 소리 내어 말해봅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반복하다 보니 생각의 습관이 조금씩 바뀌는 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일이 생기면 ‘혹시 망하면?’이 먼저 떠올랐다면 지금은 ‘어떻게 해볼까?’가 먼저 떠오릅니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제 하루의 분위기를 바꾸기엔 충분했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말을 스스로에게 건넵니다. 그 말이 칼이 될 수도 있고 응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제 “실수하지 말자” 대신 “집중하자”라고 말하려 합니다. “망하면 안 된다” 대신 “해보자”라고 말하려 합니다. 그렇게 말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마음은 훨씬 가벼워집니다.


혹시 지금도 어떤 일을 앞두고 “안 돼, 망하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한번 해보자. 내가 준비한 만큼은 보여주자.”

눈길을 따라가듯 우리가 가고 싶은 방향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가는 것. 어쩌면 긍정의 힘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그런 작은 시선의 전환에서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왜 우리는 아직도 한국 안에만 머물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