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며 살고 있을까요?
얼마 전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는데 퇴근 후 집 근처를 걷다가 문득 노을이 너무 예쁘게 지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 순간 마음이 이상하게 편안해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늘 그렇듯 그 장면이 오래 남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그때 느꼈던 감정은 이미 흐릿해져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순간을 그냥 흘려보낼까?”
어쩌면 우리가 놓치는 것은 시간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붙잡아 두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특별한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나 기자처럼 글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만이 잘 써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글을 잘 못 쓴다”라는 말로 글쓰기를 멀리합니다.
글쓰기는 멋진 문장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라질 순간을 붙잡는 행위에 더 가깝습니다. 우리가 하루 동안 느끼는 감정, 스쳐 지나가는 풍경,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 같은 것들은 생각보다 빨리 잊힙니다. 인간의 기억은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여행을 다녀온 뒤 당시에 찍은 사진을 보는 순간 그때의 공기, 냄새, 분위기까지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진은 분명 내가 찍었는데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작은 메모라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형식 없이 그냥 “오늘 바람이 참 시원했다”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웃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같은 짧은 문장이었습니다. 놀랍게도 시간이 지나 다시 그 글을 읽었을 때 잊고 있던 감정이 조금씩 살아났습니다. 완벽하게 같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분명 그때의 분위기와 마음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렇듯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시간을 보관하는 작은 창고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큰 성취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승진을 하거나, 목표를 이루거나, 큰돈을 벌거나 하는 순간 말입니다. 물론 그런 순간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하루를 돌아보면 행복은 대부분 아주 작은 장면에서 찾아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살, 가족과 함께 웃는 짧은 시간 같은 것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소중함을 깨닫기도 전에 다음 일로 넘어가 버립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잠깐 멈추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쩌면 글쓰기가 우리 삶을 바꾸는 이유는 거창한 문장을 만들어서가 아니라,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려면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오히려 가장 좋은 글은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순간에서 시작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제의 햇살, 오늘의 산책, 누군가와 나눈 짧은 대화. 이런 것들을 글로 남기는 순간 그 평범함은 조금 특별해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읽게 되면 그때의 나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글쓰기는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편지일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대부분 사라지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순간을 모두 붙잡을 수는 없겠지만 글을 통해 조금은 남겨둘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한 줄이라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오늘 하루에도 분명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장면이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혹시 그 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깝다면 잠깐 멈춰서 한 줄만 적어보시면 어떨까요.
그 짧은 문장이 시간이 지나 여러분의 하루를 다시 꺼내 보여주는 작은 보물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