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순간, 인생은 달라집니다

by 오동근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죽이고 있는 걸까?”

지하철 안을 둘러보면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화면은 빠르게 넘어갑니다. SNS를 넘기고, 뉴스 제목 몇 개를 훑어보고,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짧은 영상들을 몇 개 보고 나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 순간 허무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는데 기억에 남는 건 거의 없습니다. 시간이 사라진 느낌이랄까요.


최근 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저는 이 장면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죽이고, 재능 있는 사람은 시간을 사용하며, 천재는 시간과 대화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하루 중 꽤 많은 시간을 의식 없이 흘려보냅니다. 꼭 스마트폰 때문만은 아닙니다. 기다리는 시간, 멍하니 보내는 시간, 별생각 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이런 순간들이 하루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런 시간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 잠깐 쉬는 시간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는 시간인데 왜 이렇게 공허할까?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시간을 잘 쓴다는 의미는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으면 더 피곤해집니다. 쉬는 것조차 죄책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시간이 반드시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산성이 아니라 얼마나 의식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창밖을 보는 시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을 쉬게 하고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죽은 시간이 아닙니다. 반대로 스마트폰을 한 시간 동안 보았는데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그 시간은 정말로 사라진 시간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에게 작은 변화가 생긴 것도 이런 생각을 한 이후였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예전에는 거의 자동으로 스마트폰을 켰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일부러 휴대폰을 가방에 넣어두고 대신 책을 한 페이지라도 읽어 보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몇 줄 읽다가 다시 휴대폰이 생각났지만 조금씩 익숙해지자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지하철에서 읽던 책의 내용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떤 문장은 생각을 확장시켰고 어떤 문장은 제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하루의 밀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같은 24시간인데도 하루가 더 길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길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의 깊이가 달라진 것이었습니다.


기다리는 10분을 어떻게 보내는지, 출퇴근 30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이런 사소한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하루를 만들고 결국 인생을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자신과 대화를 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질문은 늘 바쁠 때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요한 순간에 슬쩍 나타납니다.


요즘 저는 가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나는 지금 시간을 죽이고 있는가, 사용하고 있는가, 아니면 즐기고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시간을 죽이는 순간이 많습니다. 저 역시 스마트폰을 보다가 시간을 훌쩍 보내는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가끔이라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순간이 생겼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는 여전히 빠르게 지나갑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릅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살아도 어떤 사람은 하루가 공허하게 지나가고 어떤 사람은 하루가 충만하게 느껴집니다. 그 차이는 아마도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중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시간을 살고 있는 걸까요?


아마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조금 달라질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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