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서 사라진 것, 그리고 다시 찾은 것

by 오동근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는 참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했고 처음 보는 것 앞에서는 꼭 한 번은 만져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저는 어떤가 돌아보니 새로운 것을 마주해도 ‘굳이’라는 생각부터 앞섰습니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고 굳이 더 알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있었던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똑똑해지고 더 많이 알게 되기 때문에 삶이 안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너무 쉽게 호기심을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성장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한동안은 새로운 걸 배우는 게 번거롭고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익숙한 것들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안정적인 선택만 반복할수록 삶은 점점 재미없어졌습니다. 뭔가를 해도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았고 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만 강해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정말 별거 아닌 계기로 작은 변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우연히 본 한 영상에서 “탐험가가 되어라”라는 말을 들었고 그날 이후로 저는 의식적으로 궁금해하기를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정보 하나를 끝까지 찾아보기도 하고 관심 없던 분야의 책을 일부러 펼쳐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스쳐 지나가던 정보들이 연결되기 시작했고 작은 지식 하나가 또 다른 궁금증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평소에 전혀 관심 없던 요리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서 단순히 레시피 하나를 따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결과도 별로였고 과정도 서툴렀지만 그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다르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때 호기심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흔히 배워야 하기 때문에 배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궁금해서 배우는 것이 훨씬 오래 남고 더 깊게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는 금방 잊히지만 호기심에서 시작된 배움은 계속해서 확장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느꼈던 공허함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세계 안에서만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안정적인 삶”을 목표로 삼습니다. 그런데 그 안정이라는 게 어쩌면 성장을 멈추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안정은 필요하지만 그 안에만 머물러 있다면 삶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스스로에게 자주 묻습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궁금해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하루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에 멈춰 서게 되고 그 안에서 작은 발견들이 쌓이면서 다시 삶이 조금씩 입체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때 탐험가였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을 뿐입니다.

혹시 요즘 삶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신다면 거창한 목표 대신 아주 작은 질문 하나부터 시작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건 왜 이럴까?”

그 질문이 생각보다 멀리 데려다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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