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하루 종일 사람들과 대화하고 업무에 치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제대로 쉬고 있는 걸까?”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스마트폰을 보며 SNS를 확인하고, TV를 틀어놓고,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았습니다. 몸은 쉬고 있는 것 같았지만 머리는 여전히 복잡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쉰다는 것이 단순했습니다. 방학 때 늦잠을 자거나, 공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거나, 가족 여행을 가면 그것이 곧 휴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고 나서는 쉬는 것이 쉬는 것이 아니죠. 하루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괜히 불안해졌고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쉴 때도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고 늘 바빠야만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쉼은 단순히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머리까지 쉬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그 쉼의 방식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말입니다.
말을 아끼는 것만으로도 쉼이 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합니다. 직장에서, 친구들과, 가족과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할수록 피로해진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한때 저는 말이 많으면 오히려 소통이 더 원활해진다고 생각해서 대화할 때는 최대한 제 생각을 많이 표현하려 했고 회의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피곤함이 쌓였습니다. 왜 그럴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실을 설명할 때는 몇 마디 말을 하지 않아도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실을 전달할 때면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은 이른바 '주절주절'하게 되어 오히려 혼란스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에 한 번, ‘말을 줄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느꼈습니다. 조용히 듣기만 해도 충분한 대화가 많았고 오히려 침묵이 더 깊은 이해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말을 줄이면서 생긴 여유는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말을 줄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쉴 수 있습니다.
고요 속에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틀어놓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출퇴근길에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었고 집에 와서는 TV를 켜놓았습니다. 소리가 없는 순간이 어색하고 왠지 외로워지는 느낌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집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며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신기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평소에는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감정이 떠올랐고 무의식적으로 걱정하고 있던 것들이 정리되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가끔은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 속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꼭 어딘가로 떠나야만 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 하면 여행을 떠올립니다. 저도 예전에는 여행을 가야만 제대로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여행을 가보면 오히려 피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정을 소화하고, 사진을 찍고, 이동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면 ‘휴식’이라기보다 또 다른 ‘과제’를 수행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다녀와서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꼭 어딘가로 떠나야만 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는 집에서 쉬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침대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쉴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사소한 휴식이 더 깊은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물론 여행은 좋은 경험이지만 쉼을 위해 꼭 떠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더 자주 그리고 더 쉽게 쉴 수 있습니다.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일을 해야 하고, 자기 계발을 해야 하고,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주말, ‘오늘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해야지’라고 결심했고 그냥 소파에 누워서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날이 지나고 나니 더 활력이 생겼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에너지를 충전해 준 것입니다.
쉼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만큼 해도 충분해’라고 말해 주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해서는 오히려 더 빨리 지칩니다. 쉬어야 다시 나아갈 힘이 생깁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습니다.
쉼을 제대로 알게 되면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워집니다. 더 이상 쉼을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나만의 쉼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