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은 실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by 오동근

"내일부터 정말 달라질 거야."

아마 여러분도 이 말을 스스로에게 속삭인 적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겁니다.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새해 결심 리스트를 만들고 올해는 정말 바뀔 거라 다짐하며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나 1월이 가고 2월이 오면 그 결심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잊히곤 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마지막으로 결심을 했나요? 그리고 그 결심은 어떻게 됐나요? 혹시 지금도 "다음 주부터 시작할 거야"라고 스스로를 달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결심이라는 달콤한 함정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급여로 생활하던 불과 몇 달 전 일입니다. 매달 통장에 입금되는 실업급여를 확인하면서 묘한 안도감과 불안함이 교차했습니다. '이번 달도 먹고살 수 있겠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이렇게 계속 살아도 될까?'라는 불안함이 찾아왔죠. 그럴 때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진짜 하루에 한 번씩 취업 지원해서 빨리 백수 생활 탈출하자!" 그러면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결정한 것 같은 뿌듯함이 찾아왔으니까요. 하지만 결심한 다음 날이 되면 "오늘 하루쯤이야..."라며 미루고, 그다음 날도 "내일부터 진짜 시작해야지..."라며 또 미루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이 흘러갔습니다.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매달 결심만 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만 커져갔을 뿐이었죠. 왜 우리는 결심에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까요? 왜 결심은 자꾸 배신당할까요? 아니, 우리가 결심을 배신하는 걸까요?


"내일부터 담배를 끊겠다"라고 결심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이미 담배를 끊은 것처럼 뿌듯해집니다. 아직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심리학자들은 이를 '도덕적 면허 효과(Moral Licensing Effect)'라고 부릅니다. 선한 의도만으로도 우리 뇌는 마치 선한 행동을 완료한 것처럼 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특히 연말이나 월요일, 새 학기처럼 시간적 경계가 있는 시점은 '신선한 시작 효과(Fresh Start Effect)'라는 것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우리는 1월 1일이나 월요일부터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려고 결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적 경계에 의존하는 결심은 자칫하면 "오늘은 안 되니까 다음 기회에"라는 지속적인 미루기의 함정에 빠지게 만듭니다.


저도 매주 월요일마다 "이번 주부터는 정말 열심히 구직 활동을 하자"라고 결심했지만 월요일 아침이 되면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 내일부터..."라고 미루었고, 화요일이 되면 "이미 월요일을 놓쳤으니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하자"라는 생각에 또 미루게 되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결심에서 행동으로의 간극

사실 결심과 행동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합니다. 결심은 그저 의도일 뿐이고 행동은 에너지와 시간을 요구하는 실체입니다. 그래서 의자에서 일어나 실제로 움직이는 것, 그 첫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저도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첫 번째 회사에 지원서를 내는 그 순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이력서 파일을 열고, 내용을 수정하고, 채용 사이트에 로그인하는 그 작은 행동들이 산처럼 높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첫 발걸음을 내딛자 그다음부터는 조금 수월해졌습니다. 첫 회사에 지원서를 넣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 지원은 훨씬 수월했습니다.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계속하기는 상대적으로 쉬워진다는 것이죠.


우리가 결심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심리적 장벽이 있습니다. 완벽주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그리고 단순히 게으름까지. 저의 경우는 지원서를 넣어도 어차피 합격하지 못할 거라는 자기 의심과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의지력이 부족해서 결심을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지력은 근육과 같아서 계속 사용하면 소진됩니다. 따라서 의지력만으로 장기적인 변화를 이루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환경을 바꾸고,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며, 자동화된 루틴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저는 "1일 1 지원"이라는 거창한 목표 대신, "오늘 딱 10분만 취업 사이트를 둘러보자"라는 작은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채용 사이트를 열어보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둘러보기만 했지만 점차 관심 있는 공고를 북마크 하고 나중에는 실제로 지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한 걸음 내딛기

심리학자 BJ 포그(BJ Fogg)는 행동 변화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로 동기(Motivation), 능력(Ability), 그리고 계기(Trigger)를 꼽았습니다. 결심은 동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그 행동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하고(능력), 적절한 시점에 상기시켜 주는 계기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취업 활동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와이프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군데만 지원해 봐. 그것도 안 되면 일주일에 한 군데라도." 이 말이 제게는 행동의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알람을 매일 오전 10시에 맞춰놓고 "취업 사이트 10분만 보기"라는 메시지를 설정했습니다.


이런 작은 계기와 낮은 장벽이 결국 제 행동 패턴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제 주변 환경도 바꿨습니다. 집 책상 위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초안을 항상 눈에 보이는 곳에 두었고 노트북 바탕화면에 취업 사이트 바로가기를 만들어놓았습니다. 환경이 바뀌니 자연스럽게 행동도 따라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결심은 무언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너무나 많은 경우에 사실로 증명되는 말입니다. 우리는 결심함으로써 마치 이미 무언가를 이룬 것처럼 착각하고 실제 행동을 미루게 됩니다.


저의 백수 생활은 어느 날 갑자기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일부터 진짜 취업 활동 시작해야지"라는 결심 대신 그날 당장 컴퓨터를 켜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한 회사에 지원서를 넣었을 때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 곳, 그다음에는 두 곳, 세 곳으로 늘려가며 꾸준히 지원했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지고 좌절도 했지만, 그래도 계속 지원한 결과 지금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심은 시작점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첫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변화의 시작입니다.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행동 없는 결심보다는 훨씬 더 큰 가치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무언가를 결심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글을 읽고 난 후 바로 한 가지 작은 행동을 해보세요.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당장 스쿼트 10개만 해보는 것처럼,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 이력서 한 줄만 수정해 보는 것처럼,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면 한 문장만 써보는 것처럼 말이죠.


결심의 달콤함에 취하지 말고 행동의 작은 성취감을 맛보세요. 그 작은 한 걸음이 여러분의 인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오늘 하나의 작은 행동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선택하시겠어요?

지금, 바로 의자에서 일어나 첫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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