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낯선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까?
물리적으로는 분명 내 얼굴인데 어딘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순간 말입니다. 저는 2년 전 마흔이 되던 해 어느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무심코 거울을 보며 문득 '내가 왜 이 새벽에 출근 준비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단지 직장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그저 오늘까지 왔을 뿐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제 삶의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의문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왜 나는 좋아하지도 않는 모임에 참석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나는 40년간 '나'가 아닌 '00 노릇'을 하며 살아왔다는 것을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회사원 노릇', '부모 노릇', '자녀 노릇', '배우자 노릇'하느라 정작 '나'는 어디론가 사라진 채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이제 함께 우리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나'에게 집중하며 살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세상이 만든 틀 속에서의 나
인생의 전반전은 대부분 세상이 정해놓은 틀 안에서 살아갑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해야 한다", "집을 마련해야 한다", "자녀를 낳고 잘 키워야 한다"와 같은 사회적 기대와 압박 속에서 우리는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아들 노릇, 회사에서 인정받는 직원 노릇, 아내에게 든든한 남편 노릇,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아버지 노릇... 이런 역할들을 해내기 위해 때로는 제 욕망을 억누르고 때로는 꿈을 포기하며 살아왔습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삶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내면에는 항상 무언가 허전함이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전반전에서는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렸다는 것을요.
많은 사람들이 "성공한 삶이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삶"이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좋은 직장, 안정적인 수입, 번듯한 집, 모범적인 가정... 이런 것들이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현재도 독서, 글쓰기를 통해 이런 틀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들 중에도 내면의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행복은 남들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중간 지점, 보통 마흔 즈음에 이르면 많은 이들이 소위 '중년의 위기'를 겪습니다. 이는 단순한 나이 듦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저 역시 이런 시간을 통과했습니다. 회사에서 승진을 하고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역할을 다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비어있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밤, 혼자 남아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남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일까?"
지금까지의 삶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살아온 거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물론 그런 삶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죠.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인생을 채울 수는 없다는 것 이제는 '나'에게도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쩌면 당신도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당신의 내면에서 '진짜 나'가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경기장에서 뛰기
인생의 후반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전반전이 남들이 만든 경기장에서 주어진 규칙대로 뛰는 시간이었다면 후반전은 내가 원하는 경기장을 직접 만들고 내 규칙대로 뛰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결코 책임을 회피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여전히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책임을 다하면서도 이제는 '나'라는 존재에도 정당한 관심과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마흔이 되던 해, 10년간의 사회생활을 그만두고 평소 관심 있던 분야로 전향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수입은 없고, 주변의 시선도 따가웠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 "나이가 있는데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는 건 무모하다"는 말들이 많았죠. 물론 모든 사람이 직업을 바꾸거나 큰 변화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작은 취미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주말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00 노릇'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욕망과 꿈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낍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잃지 않을까",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닐까", "실패하면 어쩌지"와 같은 불안감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은 오히려 우리가 오랫동안 '나'를 억압해 왔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진짜 원하는 것,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두려움과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인생의 전반전에서 우리는 타인의 평가와 인정에 너무 많은 가치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에서는 나 자신의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더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죠.
인생의 후반전에서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기적으로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자아를 찾음으로써 더 깊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더 풍요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나'를 발견하는 방법
그렇다면 오랫동안 억압되고 잊혔던 '진짜 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꾸준한 성찰과 시도를 통해 서서히 발견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먼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순간에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가?", "어릴 적에 꿈꾸던 것은 무엇이었나?", "돈이나 인정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저는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한동안 일기를 썼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진짜 나'의 욕망과 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작은 시도부터 시작해 보세요. 갑자기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작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취미를 시작하거나, 주말 하루를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할애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모여 점차 '진짜 나'의 모습을 그려나갈 수 있습니다.
셋째, 내면의 두려움과 마주하세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추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두려움 때문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 변화에 대한 두려움... 이런 두려움들을 직면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넷째, 주변의 지지체계를 형성하세요. 혼자서 모든 변화를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 역시 직업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같은 분야의 멘토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섯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시행착오는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런 실패와 좌절조차도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배우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점차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인생의 후반전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인생의 전반전에서 우리는 '00 노릇'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부모, 자녀, 직장인, 배우자... 다양한 역할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것은 분명 가치 있는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생의 후반전에서는 그런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이기적으로 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한 자아를 발견함으로써 더 깊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풍요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인생 100세 시대, 40대는 이제 중간 지점에 불과합니다.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는 온전히 당신의 선택입니다. 세상의 기대와 압박에 휘둘리기보다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세요.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정의 끝에는 더 깊은 만족감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00 노릇'에서 벗어나 '나'에게 집중하는 인생의 후반전, 지금 바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잠시 시간을 내어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대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세요. 그것이 바로 인생의 후반전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