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망은 진짜 내 것일까?

by 오동근

저는 어릴 적부터 커다란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넓은 거실과 커다란 창문, 그리고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있는 집. 그것이 어쩐지 성공의 상징처럼 느껴졌고 당연히 제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라 믿었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욕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배고프면 먹고 싶고, 졸리면 자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본능적인 욕구를 넘어선 욕망, 이를테면 서울의 비싼 아파트를 갖고 싶거나, 외제차를 타고 싶거나, 특정 브랜드의 가방을 갖고 싶다는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지만 사실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와 사회적 환경이 그 욕망을 조용히 조작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선배가 멋져 보였고 SNS에서는 명품 가방과 해외여행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런 것들이 ‘성공’과 연결되었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뒤처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더 좋은 차, 더 넓은 집, 더 화려한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원했던 것들을 하나씩 손에 넣을수록 이상하게도 마음은 공허해졌습니다.


한 번은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자동차를 큰맘 먹고 샀습니다. 매장에 처음 들어서며 가슴이 설레었고, 시승을 해보며 계약서에 서명할 때는 성공한 사람처럼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그 설렘은 금세 사라졌고 또 다른 욕망을 찾아 헤매고 있었습니다. 제가 정말 원한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그 차를 가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인정과 타인의 시선이었거든요.


우리의 욕망은 대개 이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심이나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미디어와 사회적 환경이 이를 증폭시킵니다. 광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걸 가지면 당신의 삶이 더 나아질 것입니다.' 인플루언서는 보여줍니다. '나처럼 살고 싶지 않나요?' 그리고 우리는 점점 그것을 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 우리가 기대했던 행복이 영원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욕망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철학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다뤄져 왔습니다. 동양 철학에서는 욕망을 절제하고 조화롭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대표적으로 불교에서는 욕망을 ‘고(苦)’의 근원으로 보고 이를 내려놓을 때 진정한 해탈과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공자 역시 지나친 욕망은 사람을 타락시키므로 덕을 쌓고 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서양 철학에서는 욕망을 인간의 본성으로 인정하고, 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플라톤은 인간의 영혼을 이성, 기개, 욕망으로 나누고, 욕망이 이성의 지배를 받을 때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니체는 욕망을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바라보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거짓된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저는 한 가지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바로 '잠시 멈추기'입니다. 무언가를 사고 싶거나, 어떤 목표를 세울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것이 정말 내 욕망일까, 아니면 학습된 욕망일까?' 만약 그 답을 쉽게 알 수 없다면 일단 결정을 미룹니다. 시간을 두고 다시 생각해 보면 의외로 그 욕망이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상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SNS를 보며 부러움을 느낄 때도, 무언가를 사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들 때도, 잠시 멈추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결국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또한, 욕망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 물건이나 경험 자체 때문이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것은 '행복'입니다. 하지만 물질적 욕망이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진짜 행복하게 만들까요? 이에 대한 답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요즘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값비싼 가방보다 오래된 다이어리에 적힌 소중한 기억들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오고, 해외여행보다 친구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여전히 물질적인 욕망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그것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진짜 원하는 것과 거짓된 욕망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여러분도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정말 나의 욕망인가?' 그리고 만약 그 욕망이 미디어나 사회적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더욱 자유롭고 더욱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완벽주의는 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