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란 무한히 애쓸 수 있는 능력

by 오동근

“나는 원래 이걸 잘 못해.”

이 말, 여러분도 한 번쯤 해보신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꽤 자주 했어요. 피아노를 배워도 느렸고, 운동을 해도 남들보다 한 박자 늦었고, 심지어 글을 쓰는 것도 남들보다 훨씬 오래 걸렸죠.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재능이 없다’는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회사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며 저는 새로운 업무에 투입됐어요. 처음부터 ‘나는 이건 못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상황이 그럴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퇴근 후에도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몇 달 후, 저는 그 일에 있어서 팀에서 가장 능숙한 사람이 되었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입장이 되었어요. 생각해 보면 그 일이 ‘제 천재성이 드러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천재’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죠. 어릴 적부터 모든 과목에서 수재였던 전교 1등, 아무도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툭 하고 풀어내는 아이, 혹은 음악을 듣고 바로 악보로 옮길 수 있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 말이에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천재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게 천재일까요? 사전적으로 ‘천재’는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돼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뛰어난 결과’가 아니라 ‘뛰어난 과정’입니다. 누구나 결과는 보지만 그 사람이 그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지는 쉽게 보지 않거든요. 어쩌면 천재란, 포기하지 않고 무한히 애쓸 수 있는 사람 아닐까요?


제가 회사를 다니며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은 정년퇴직하시는 선배의 마지막 날이었어요. 그분은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큰소리 한 번 낸 적 없는 분이셨는데 수십 년 동안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며 언제나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셨다는 것을 그분이 일해온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죠.

그분은 특별히 ‘재능’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매일같이 꾸준히, 성실하게, 애를 쓰셨어요. ‘이건 내 일이니까’ 하고 치우치는 것도 없이 늘 배우는 자세로 임했고 결국 조직에서 가장 신뢰받는 어른이 되셨어요. 누군가가 한 분야에서 꾸준히 애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천재성’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나에겐 재능이 없어’라고 단정 지을 때 사실은 단지 ‘애쓸 여유가 없었던 것’ 아닐까요? 시간이 부족했거나 관심이 부족했거나 혹은 그 분야에서 충분히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일 수도 있어요.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는 뭐에 소질 있니?” “뭐에 재능이 있는지 빨리 찾아야지.”

그 말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부담일까요. 소질이나 재능이란 건 처음부터 반짝이는 게 아니라 계속 다듬고 애쓰면서 ‘만들어지는 것’ 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저는 아직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나는 원래 이거 잘 못하는데…”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가 많아요. 하지만 이젠 거기서 멈추지 않아요. ‘그렇다면 더 애써보자’고 다짐합니다. 포기하는 대신 한 번 더 시도해 보고 실패해도 다시 손대보고 그렇게 몇 번이고 해보다 보면 어느새 그 일이 익숙해지고 재미있어지고 제 것이 되어가더라고요.

천재는 ‘노력하지 않아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력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노력이라는 건 ‘한 번 열심히’가 아니라 ‘무한히 애쓸 수 있는 자세’를 의미하죠. 혹시 지금 “난 이건 원래 못 해”라고 생각하고 계신 일이 있나요? 그렇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천재의 첫걸음은 ‘한 번 더 애쓰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애씀이 쌓여 어느 날 스스로도 놀랄 만큼 ‘뛰어난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재성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계속 시도하고 버티며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무한히 애쓸 수 있는 천재’가 되어봅시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멋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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