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냄새는 어디서 오는 걸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경포의 밤바다를 따라 걷다가 멈춰 서서 멍하니 파도를 보고 있었다. 밤바람이 세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시원했다. 갑자기 웬 꼬맹이가 다가와서 “누나 여기서 뭐하세요?” 하고 말을 걸어왔다.
회색의 토끼귀를 가진 후드를 쓰고 있는 꼬마였다. 폭신 폭신한 플리스를 팔로 풀썩 대며 말한다. 팔이 제 몸에 가까워질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애기 냄새가 폴폴 난다. 애기 냄새는 사랑의 냄새가 아닐까. 사랑으로 돌봐진 아기들에게는 애기 냄새가 난다. 엄마의 노력. 그건 울 언니의 짠내음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애기한테 파도를 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너도 보니까 시원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저기서 걸어오면서 내가 혼자 서있는 걸 봤다면서, 내가 걱정이 되었던 건지 궁금했던 건지,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쫑알쫑알 야무지게 뱉으며 이 바다에 상어가 살고 있다는 어마 무시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닷바람이 셌던 날이라 오물조물 말하는 이야기를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다행히 상어 이야기만큼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너무 귀여워서 몇 살이냐고 물어보니까 네 살이라고 했다. 네 살인데 말을 엄청 잘하는구나 하며 계속 얘기를 들어주었다. 나랑 계속 놀고 싶어 하는 눈치여서 잠시 같이 있다가, 애기의 어머니 아버지께서 미안해하셔서 (나는 괜찮은데:) 잘 놀다 가라고 안녕~하고 뒤돌아왔는데 어느 순간 뒤를 보니 나를 따라 뛰어오고 있었다.
다시 인사를 하고 해변을 따라 걸어오는 길의 바닷바람이 춥지 않았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무서워하는 게 당연해진 세상 같은데 애기들은 안 그런가 보다. 귀여운 애기 이름도 못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