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같은 엄마가 이쁘고 밉다

by 최서연


엄마가 몸이 약해서 최근에 아무런 활동도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운영하던 한옥 게스트 하우스도 쉬고, 어디 쉽게 나가지도 못해서 집에만 있은지 일 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요즘 들어 종종 산책도 하고 체력이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 같아서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주말에 자전거를 타러 나가 본다며 이것저것 준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나까지 설렜다. 나도 뭔가 도와주고 싶어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찾다가 엄마는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자기가 듣는 음악이 크게 들리는 게 싫다고 해서 한쪽만 끼고 타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내 블루투스 이어폰을 줘버렸다.(출퇴근길에 이어폰 없으면 그것은 곧 죽음인데..... 무신 생각으로!?ㅋㅋㅋㅋ)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오후. 엄마랑 같이 자전거를 타려고 베란다에 방치해놨던 내 자전거도 오랜만에 꺼냈다. 수리를 해야지. 아예 못 타는 건 아니겠지. 내 자전거는 바퀴에 바람이 다 빠져있었다. 아빠가 자다 일어나 까치집 머리를 하고 갑자기 내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채우려고 격하게 펌프질을 하셨는데 그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한 한 시간 정도 천천히 한강길을 따라갔다 오는데 엄마는 어디 원정이라도 가는 사람처럼 운동복도 다 챙겨 입고 사이클용 선글라스도 챙기고 가방에 물병에 뭐에 한가득 챙겨가지고 간다. 나는 그냥 주머니에 핸드폰이랑 동전지갑 새로 산 블루투스 이어폰만 챙기고. 엄마한테 새 걸 줘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몇 번 했지만 결국 그냥 내가 쓰고 마는 이놈의 딸내미.


그래도 엄마한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니 활짝 웃으며 이쁘게 찍어달라고 한다. 소녀 같다. 소녀 같아서 아프고 또 좋고 미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엄마 계속 소녀 같기를 그 모습이 잘 지켜지기를. 내가 또 이해 못하고 미워할 때가 있더라도 철없는 딸내미의 지나가는 심술이니까. 소녀같이 설레 하고 기뻐하고 반가워하면서 계속 살아가기를 바라게 된다.



아이고 이쁜 울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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