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뚝삐쭉하게 튀어나오고, 날카롭고 모난 부분들이 타인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을 배우면서 내 스스로 모난 부분들을 동글동글하게 만들고 타인에 의해 깎여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모난 부분들이 많이 사라지면 그걸 보고 흔히 어른스럽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둥글둥글한 사람들과 있는 것은 꽤나 괜찮은 일이다. 예의 있고 의아하거나 이상하거나 다치거나 기분 상할 일도 없다. 어느 책에서 본 것처럼, 잘 짜인 연극에 들어가 적절한 대사를 치는 기분이다. 그래서 이 사람과 있든, 저 사람과 있든 큰 상관이 없고 차이도 없다. 불편하지 않고 불쾌하지 않게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다. 분명 좋은 점도 있다. 불편하지 않은 만큼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로 더 이상 가까워지지도 못하는 그런 관계. 칸막이를 두고 적당한 문장과 적절한 대답을 주고받는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긴 시간 동안 나눈 것 같은데도 무슨 얘기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한테 설명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표나 설명서를 읽어주는 것 말고는.
십수 년 전에 나눈 대화는 아무 데도 적어놓지 않았는데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네가 그 말을 끝내며 어떤 마침표를 찍었는지까지도. 잊어버릴 것을 알기에 어딘가 기록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들은 어디에도 꺼내놓기 싫어서 내 마음속에만 넣어두었으니.
내가 뭘 바라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것일 때도 있고 저것일 때도 있고. 이게 좋고 저게 편할 때도 있다가, 싹 다 질려버릴 때도 있다.
그냥 지금은, 어딘가 남아있는 아닌 인연의 찌꺼기들을 어디론가 싹 지워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러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잘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착각인지 기대인지 모를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