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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연 Sep 04. 2020

거북목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일단 좀 반듯하게 앉읍시다




자세 교정은 모든 현대인의 소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미적으로든, 기능적으로든.


현대인은 육체는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 수밖에 없다.


중력의 저항뿐만 아니라,

흔들리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흔들리는 손잡이를 잡고 버텨야 하는 출근길.

하루 종일 늪처럼 내 목을 빨아들이는 모니터.

자기 전 침대에서 스마트 폰을 들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도통 쉴새가 없는 손목.



“나는 이 모든 저항에 굴하지 않고 꼿꼿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겠소이다!”



라는 곧은 절개를 지킬 수 있는 현대인이 몇 명이나 있을까. 지조 높은 선비의 꿋꿋한 의지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의 자세는 무너졌다. 거북목, 일자목, 라운드 숄더, 굽은 등, 허리디스크, 골반 비대칭, 오다리, 빽니 등등등 얼마나 많은 단어들이 인체 골격의 부조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지. 이 중 내가 몇 가지에 해당하는지 다 따지기도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여기 심한 굽은 등 때문에 곱등이라는 슬픈 별명까지 가지게 된 한 사람이 있다. 보기에도 안 좋은 것은 둘째 치고, 얼마 전부터 등이 너무 결리다 못해 어깨와 허리까지 아프려고 한다.


큰 맘먹고 필라테스를 등록했다. 좀 더 심층적으로 자세 교정에 특화된 수업을 받기 위해 1:1 레슨으로 큰돈을 투자했다.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자세를 평가받고, 최근에 느낀 불편함을 얘기한다. 강사님과 함께 바른 자세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근육들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한 시간 내내 열심히 따라갔다. 나의 잘못된 자세로 인해 긴장되어 있었던 근육들을 올바른 컨디션으로 회복하기 위한 스트레칭도 배웠으니 집에 가서 매일 해볼 작정이다. 이렇게 열심히 하면 내 굽은 등도 올바른 자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에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는 수업이 끝나고 이렇게 인사한다.


“쌤! 다음 주에 봬요^^”(feat. 굽은 등)




이 사람은 과연 교정이 될까?


일주일에 세 번 운동을 한다고 해도,

24시간*7일=168시간 중에 고작 3시간을 바른 자세로 있고,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원래의 자세로 돌아와 인사를 하는 이 사람. 과연 교정이 될까?




그러니까 일단 좀 바르게 앉읍시다



하지만 위에 말했듯이 수많은 저항으로 인해 우리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자세를 교정하는 운동인 것이다.


굽은 등을 단박에 교정하는 마법 주문이 내가 모르는 어떤 운동서에 쓰여있는데 내가 찾지 못한 것이 아니다.


물론 효과적인 운동은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재활 전문가들이 더 효과적인, 더 좋은 동작과 운동과 움직임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것이고.


다만 일상적인 움직임, 일상적인 바르지 못한 자세로 틀어진 것은 지금부터라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이 계속되었을 때, 상쇄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만약 당신이 이 글을 전철에서, 스마트 폰으로 보고 있다면 당신은 무릎을 탁! 펴서 뒤로 밀고,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배와 허리는 앞으로 편하게 내밀고, 다시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등은 뒤로 굽었으며, 스마트 폰을 보기 위한 내 목은 앞으로 나와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손목은 혹사당하고 있다!)






그럼 운동 따로 안 해도 되겠네요?



몇십 년간 잘못된 자세로 살아온 것을 얼마간의 바른 자세유지로 교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단 바른 자세를 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 것이다. 게다가 바른 자세가 제대로 인지되어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스트레스를 견뎌내며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운동은 조금 더 빠르고 효과적인 자세 교정을 만들어낸다. 나의 잘못된 자세로 인해서 불필요하게 긴장되어 있는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그 잘못된 자세로 인해서 하나도 쓰이지 않아 이제는 어떻게 쓰는지도 까먹어버린 근육을 일깨우고, 이제 네가 힘을 좀 내야 할 때라고 인지시킨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저의 거북목 교정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써볼게요.)



앗참! 그리고 어떤 사지 관절이 움직이든 코어 근육이 중심이다. 우리가 목이 말라서 물컵을 집어 올리려고 할 때에도, 팔이나 어깨, 손목 근육이 아니라 코어 근육이 가장 먼저 반응한다.


코어가 약하다면 약한만큼 어떤 근육에서 과하게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올바른 자세일 때 인체가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으로 내보낼 수 있다.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지금부터라도 그간 고생한 내 몸을 위해서 차근차근 알아나가 보자.






코어 만능주의에 대해서도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일상의 순간에서 잡은 글의 조각들을 담았습니다.

별게 아닐 수도, 별거 일수도 있는.


한방에 해결해주는 마법약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도, 다이어트도, 사랑도, 내 일상의 평온함도.


-<소복한 햇살> 프롤로그 중




최서연 | 세번째 독립출판물 | 사진에세이 <소복한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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