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질 짓을 해야 살이 빠지지
나는 좀 친절하고 따뜻한 모드(?)의 필라테스 강사이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회원님들께는 저렇게 대답하지 않는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께 이렇게 얘기할 필요도 없고.
우리 회원분들 중에도 살을 빼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하거나, 운동을 꾸준히 다니신 분들 중에도 더 살을 빼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다.(충분히 날씬하신데도!)
정말 안 빼셔도 된다고, 평생 건강하게 움직이며 살려고 운동하는 거라고 말은 하지만, 살 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나도 항상 몸매를 유지해야 될 것 같은 강박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우리 회원님들은 정말 살 안 빼도 되는데.. 이 직종에 있어서 더 느끼는 건지, 우리 사회는 여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기준을 가져다 대는 것 같다. 스스로에게도.
9시부터 6시까지 힘들게 일하고 퇴근해서 운동복을 챙겨 와 운동을 온다는 것.
이거 생각보다 엄청 힘든 일이다. 심지어는 장사를 마무리해놓고 9시에 마지막 수업을 들으러 오시거나, 근처가 회사인 회원님은 사무실에서 야근하다가 잠깐 나와서 한 시간 운동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신다. 정말 대단한 분들.
항상 오시는 요일에, 항상 오시는 시간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당연하다는 듯이 와서 같이 운동하고 가는 회원님들의 모습을 나는,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번 주 월요일은 지난주와는 다르게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친구와 다퉈서 기분이 안 좋거나, 전날 제대로 못 자서 만사가 짜증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이유도 없는데 그냥 눈 뜨자마자 우울한 날도 있지 않은가.
어떤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상이다. 항상 같은 요일, 같은 시간의 소중한 한 시간을 내어서 티브이 틀어놓고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러 온다는 게 기적이다.
(물론 운동하고 가서 드실 수도 있지만..ㅋㅋㅋ)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의 얼굴은 빛이 난다.
쑥스러워서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쉬고 싶은 저녁의 한 시간을 내어서, 내가 알려드리는 쉽지 않은 동작들을 한번 한번 정확히 따라 하려고, 제대로 해내려고 애쓰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정말로, 빛이 난다.
그 순간 자신의 얼굴을 회원님들이 보실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얼마나 빛나고 사랑스러운지를 직접 본다면, 살 빼지 않아도 된다는 거 느끼실 텐데. 내가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거 아실 텐데. 그 순간의 얼굴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 빛나는 얼굴들을 가장 많이 포착하고, 기억하고 있는 게 나이기 때문에 조금 동작이 정확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못하고 계시더라도 노력하고 계신데 더 잘하라고 지적하는 것 같은 마음에 말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건 내가 강사로서 넘어야 하는 한계겠지만)
하지만 이번 움직임에서 배우신 것이 있다면, 다음번에는 조금 더 정확한 동작에 가까워지시리라고 믿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어야지.
(갑자기 삼천포로 빠졌네.)
그래서 살 어떻게 빼냐고요?
아니 이게 아니라 원래 쓰려던 글은, 앞뒤 없이 아무것도 안 하면서 대뜸 나만 보면 저렇게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가끔,
"살 빠질 짓을 해야 살이 빠지지.”
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있어서 쓴소리 아닌 쓴소리를 써보려고 한다.
필라테스 강사라고 해서 무슨 마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싶을 때가 가끔 있다.
“사실 밥 먹기 전에 아수라 발발타라고 세 번 외치고 무릎을 탁 치며 먹으면 살이 찌지 않습니다.”
같은 얘기를 하길 바라시는 건가요?
사실은 진짜 비법을 알고 있긴 합니다만...
아..... 진짜 이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하루에 버피테스트 100개씩만 하면 살 쭉쭉 빠져요.
진짜 어떻게 하면 살이 빠지는지 ‘몰라서’ 안 빼는 거 맞나요?
정말요?
잘 생각해봅시다.
살 빼는 방법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먹은 것보다 더 움직이거나, 움직인 것보다 덜 먹거나. 이 쉽고 간단한 대원칙이 실천하기는 어려워서 그렇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이다.
저 안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
그래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할 수 있을 정도.
내가 이만큼 참았는데 살이 안 빠지면 억울할 것 같지 않은 정도. (이런 감정은 꼭 폭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안 하는 거나 마찬가지는 아닌 정도.
나의 건강한 몸을 위해 노력하는 순간을 만들고, 내가 빛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정도.
20살 성인이 된 이후부터 다이어트라는 단어와 한 번이라도 헤어져본 적이 있을까? 살 빼는 사람은 정말 많이 봤다. 나부터해서 주변에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먹거나, 체지방을 분해준다는 주사를 맞으러 다니거나, 보조 식품을 먹거나 등등 돈 주고 살 수 있는 다이어트가 얼마나 많은지.
웬만한 것들을 다 시도해보고, 나도, 주변 이들도 수없이 살을 뺐다 쪘다 하면서 느낀 것은, 얼른 빠진 것은 결코 내 것이 아니고 얼른 도로 찐다는 것.
오늘부터 살 빠질 짓을 하나라도 해보자.
다 아는 것들을 리스트 업하지는 않겠다. 그게 처음에는 한 가지의 작은 습관이라서 내가 잊어버리는 날도, 그래서 한지도 모르겠는 정도가 되더라도, 잊지 말고 또다시 시작하면 된다. 어느 순간 내 것이 될 수 있도록.
내 것이 되는 습관이 쌓일수록, 살이 빠진 것이 아니라 내가 살을 뺀 것이 된다. 그렇게 만든 몸은 확실히 내 것이다.
그래도 딱 하나만 정해달라고요?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먹은 것들 중에, 단백질이 있는지 생각해보기.(참고로 이상적인 탄단지의 비율은 4:3:3이다. 단백질이 30%!!!!)
그거 생각하면서 물 마시기
첫날이니까 두 개로 할게요:)
일상의 순간에서 잡은 글의 조각들을 담았습니다.
별게 아닐 수도, 별거 일수도 있는.
한방에 해결해주는 마법약을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인간관계도, 다이어트도, 사랑도, 내 일상의 평온함도.
-<소복한 햇살> 프롤로그 중
최서연 | 세번째 독립출판물 | 사진에세이 <소복한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