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쓰는 일기도 나도 모르게 검열해서 쓰게 된다. 자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왜 슬픈지도 모르겠는데. 그래서 어릴 때 화가 나거나 슬프면 욕하는 일기장을 마구마구 휘갈겨쓰고 연말이 되면 태워버렸던 그 기억을 되살려서 그냥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인지, 나 같은 그 누군가한테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를 그냥 거르지 않고 써봤다.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돼. 그렇게 기를 쓰고 애를 쓰며 버티고 움직이지 않아도 돼. 힘들잖아. 얼마나 힘들었어. 모든 걸 그렇게 해내느라고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어. 어디 말도 못 하고 다들 내가 그냥 당연히 자연스럽게 잘하는 줄 알아. 나는 사실 내가 잘한다는 생각도 믿음도 없는데 혼자 만의 방 안에서 전쟁을 치르는 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어. 못하는 게 생기면 어디 물어보지도 못하고 잘하게 될 때까지 스스로를 담금질하고 괴롭히고 공부하고 채찍질하면서 기어코 잘하게 되고 나서야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나는. 그러느라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어. 노력해서 잘하는 것도 힘들어. 노력해서 잘하게 되지 않으면 못 견디니까 그것도 힘들어. 고생했어. 너무너무 고생했어. 힘들고 외로웠겠다 그동안. 아주 힘들고 외로워서 겨우 받을 수 있는 그 칭찬 한줄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야. 그것도 놓치면 다 놓아버리고 싶었을 테니까.
그게 내 최선인데, 진짜 죽을 만큼 한 건데 엄마가 자꾸 더 잘하라고 부족하다고 이것도 놓치지 말라고 저것도 잘하라고 빠짐없이 다 잘하라고 자꾸 뭐라고 해 너무 힘들어 울고 싶어 완벽하지 못하면 혼나 혼나기 싫어 부족하기 싫어 지적받기 싫어 죽기보다 싫어
잘했다고 좀 해줘 노력한 부분 좀 봐줘 애썼다고 수고했다고 좀 해줘 제발 힘들어 죽을 거 같은데
나는 사실 그만큼 못해 이만큼 잘한 것도 죽을 만큼 발버둥 쳐서 한 거야 나는 사실 그만큼 못할 수도 있어 제발 더 잘하라고 몰아붙이지 말아 줘 제발
그렇게 항상 잘하려고 잘 해내려고 바짝 긴장하고 힘쓰면서 버티지 않았어도 됐는데. 힘만 빼면 충분히 할 수 있던 거였는데. 그걸 모르고 못할까 봐 실수할까 봐 놀림당할까 봐 누가 비난할까 봐 그게 너무 겁이 나고 수치스럽고 싫어서 한껏 기를 쓰며 버텼던 내가 불쌍하고 안쓰러웠나. 서투르고 실수하고 못해내는 내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싫어. 너무너무 싫어 그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그렇게 힘을 꽉 주고 버텨내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겹고 버거웠을까. 그냥 다 탁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걸까. 내가 못하는 거, 낯설고 어려워 보이고 내가 익숙하게 잘 해내지 못하는 게 너무 어렵고 곤란하고 그 모습을 누가 보는 게 자존심 상하고 수치스러워했던 걸까.
그동안 얼마나 애를 쓰면서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잘 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사실은 그렇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려고 애를 쓰고 노력하고 긴장하면서 온몸에 힘을 꽉 주고 버티면서 살아냈던 걸까. 그게 얼마나 어렵고 무겁고 힘들었을까. 나도 사실 새로운 거 받아들이기 힘들어해. 너무 힘들고 어려워. 못하고 싶지 않아. 망하고 싶지 않아. 그런 모습을 누가 보는 건 더 싫어 죽기보다 싫어
생각해보니 내가 나 자신에게, 내 생각이 나에게, 셀프 가스 라이팅을 계속하니까 가스 라이팅 하는 사람들한테 자꾸 휘둘리고 다녔나 보다. 내 마음이 항상 내 편이면 좋을 텐데, 내가 제일 나한테 박해.
나는 사실 내가 잘한다는 생각도 믿음도 없는데, 일부러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이라도 잘한다고 해보고, 나한테도 그렇게 얘기해주고 싶지만 그럼에도 가장 믿지 않는 건 나 자신.
내가 잘하면 또 얼마나 잘한다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찾으면 한도 끝도 없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됐어. 열심히 했으면 됐어.
내 마음이 적이 아니라 내 친구이면 좋을 텐데. 내 마음이 내 친구인 시간을 늘려가야겠다. 내 마음아, 나는 네가 내 편이 되어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