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게임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방황하는 거라고

by 최서연


하고 싶은 게 있어서 방황하는 거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쓰는 여섯 번째 편지.




영혼이 잠식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었어. 글을 쓰고 싶었거든. 일하다가 내 영혼이 다 갉아먹혀버리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글을 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어.


그렇게 겨우 찾은 일로 즐겁게 일하면서 반은 돈을 벌고 반은 글을 쓰는 삶을 살게 되었어. 9시간 동안 직장에 붙잡혀있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내가 회사 밖에서 먹고사는 일을 찾고, 그 일 자체도 즐겁고 행복하다니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로또가 돼도 지금이랑 똑같이 살겠구나 하면서.



그렇게 반만 일하고 반은 꿈을 좋겠다고 해놓고 그 꿈이 돈을 벌어오지 못하고, 엄청나게 잘되지 않으니까 또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 자꾸 더 잘되는 사람, 더 유명한 사람, 더 잘 팔리는 사람과 비교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 책을 누군가 읽어주고 공명하며 보내주는 마음들이 잘 보이지도 않더라고. 그 기적이 눈앞에 있는데도 보질 못했어.




나도 이연님 채널을 종종 듣는데 그런 얘길 들었어. 자기는 그림을 막내딸처럼 생각한다고.



그래서 나도 그 말을 듣고 생각해봤는데, 작가도 좋고, 베스트셀러도 좋고, 유명하고 잘 팔리는 책도 좋지만 말이야, 나는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좋아해. 나는 무슨 일을 했더라도 글을 쓰게 되었을 거야. 그 소중한 행위를 그 자체로 행복하게 하고 싶어. 이게 잘 되든 안되든 스트레스받지 않고 말이야.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나를 위해서.


그리고 글을 읽는 것도 너무 좋아해. 요즘 프랑스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어. 그 책을 읽으면서 ‘이런 예쁜 문장을 쓰다니!’ 하며 저절로 책을 쓰다듬게 되더라고. ‘적어두고 싶다, 꼭 기억해두고 싶다, 심리 묘사가 미쳤다, 어떻게 이렇게 썼을까’ 하면서 좋아하고 감탄하고 반해버리고 마는 그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


근데 그 문장들을 보면서 내 문장과 비교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잘해야 하는 일들 중에 하나로 생각하면서 ‘나는 왜 이런 문장을 못쓸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상상해보니 너무 아깝고 슬픈 기분이 들어.



예술의 꿈을 가진 사람들 모두 그렇겠지만 다른 일로 돈 벌지 않고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잖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만 쓰고 싶었어. 그게 먹고사는 돈이 되고, 또 잘되면 행복할 것 같았거든. 근데 나는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일 안 하고 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를 꿈꿨는데,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게 얼마나 자유로운 건지 알게 되었어.


그래서 지금은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어서 일을 해. 내 글에게 너는 성공도 하고 돈도 벌어와야 된다고 잔소리하며 괴롭히고 싶지 않아서.


인생이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가는 밸런스 게임이 아닐까 싶어. 과연 흔들리지 않고 서있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 계속 계속 균형을 잡으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걸어 나가는 거야.


그 흔들림이 이제는 많이 힘들지 않아. 조금 설레어.

매거진의 이전글다가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