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필라테스를 통해서, 마음의 필라테스를 통해서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모든 것들을 경험하고, 모든 것들이 되어보고 결국은 내가 되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모든 동작들을 해낼 수 있게, 그리고 내가 선택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나. 모든 것들에 흠뻑 빠져들었다가 그 많은 것들이 나에게 스며들고 그 모습들이 모여서 결국 자유로운 내가 되는 것. 마음도 삶도 그렇게.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이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구나! 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힘이 있어야, 그리로 움직일 수 있겠죠. 그리고 조금씩 더 확장해나가 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 안에서 안전하다는 것을,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지나치게 겁먹거나 긴장하거나 애먼 힘을 쓰거나 하지 않겠죠. 그렇다고 모든 순간에 안전하기만 하고 모든 자세를 성공하기만 하라는 것은 것은 아니에요. 필라테스는 뿅 하고 멋진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 전보다 내가 움직이고 싶은 방향으로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는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니까요. 성장의 모든 과정은 완벽하지 않고, 흔들리더라도 이내 중심을 잡을 수 있음을 믿어가는 것. 그 믿음을 만들어 나가는 것.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였을 때의 내 모습은 이렇구나. 또 나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고, 알아갑니다. 위로도 올라가고, 옆으로도 넓어져가면서. 그렇게 나는 결국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쩔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은 겁이 나서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여보고, 점점 그것들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그리고 내가 있고 싶은 곳에 있을 수 있는 나. 그러는 나와 함께 정말 그 한걸음 한걸음을,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의 한발 한 발을 봐주듯이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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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자고 마음먹고 써온 일기들의 일부입니다.
항상 과긴장 하고 힘을 쓰고 있는 근육들은 왜 이렇게 힘을 빼려고 해도 내 맘대로 안되는지, 뭐만 하려고 하면 긴장하고 경직되는지. 내가 모르는 새에 그 친구들이 항상 열심히 일을 해왔기 때문. 삐뚤어진 자세 때문에 부담이 커져서든, 불안정해져서든, 특정 근육이 약하거나 제 길이에 있지 못해서든. 내 몸이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지. 그걸 봐주고 왜 그러는지도 알아주고 그러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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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원님이 수업 끝나고 내 브런치 글을 보고 수업을 들어왔다고 하셨는데, 그전에는 너무 긴장하지 않으려고 해도, 힘을 빼려고 해도 그게 마음대로 안되었는데 이 글을 보고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고 해주셨다 오늘은 좀 덜 긴장하고, 덜 경직돼있던 것 같지 않았냐고 웃으면서 물어보셔서 함께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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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대하듯이 내 몸을 대하는 것 같다. 잘하면 잘할수록 일 더 주고, 일 맡기면 맡기는 대로 무리인 거 알면서도 과한 책임감과 완벽주의로 다 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지쳐 나가떨어진다. 꼭 내가 회사 다닐 때 같아. 누군가가 과도하게 일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는 아무 일도 안 하고 계속 약해지고. 근데 내 몸을 그렇게 두면 안되니까.
몸은 조별 과제 혹은 조직 생활 같다. 특정 근육이 힘들고 아파서 계속 무리하고 있는 거, 어렵게 신호를 보낼 때라도 놓치지 말고 봐주기. 그 친구들이 과로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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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땅바닥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두 다리 위에 단단히 흔들리지 않고 잘 서있어야 그걸 믿고 척추를 다양한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내가 움직이고 싶은 방향으로. 그렇게 밖에 안돼서 그렇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의도해서 거기 있기.
내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안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쓸데없이 긴장하거나 잘못된 힘을 쓰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더 자유롭게 움직여보고 도전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지.
나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움직임을 배워나가고 선택해 주자. 이 방향으로 움직일 힘이 충분히 있고, 또 그쪽으로 움직여도 안전하다고 다치지 않는다고 괜찮다고 충분히 알려주자.
흔들리는 일이 일더라도 이내 균형을 잡을 수 있음을 나 스스로 경험하고 또 몸에게도 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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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나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깨달음은 갑자기 문득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게 한 번에 내 것이 되지도 않아. 상처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살면서 내가 깨달은 것들도 몸소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그리고 한 걸음씩 나아가자. 나를 미워하고, 화가 나고, 실망하고 그런 순간들이 또 찾아오더라도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결국 더 큰 사랑에 감싸 안 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나에 대해서도, 내 몸에 대해서도, 내 삶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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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장 비판하고, 비난하고, 탓하고, 감시하고, 세상 누구보다 가장 모질고 잔인한 말을 퍼부었던 나 자신과의 관계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보이시나요? 시간 앞에서 당당한 사람, 내가 쌓아온 매일 앞에서 당당한 마음, 매일 티끌만큼 씩이라도 쌓아온 노력 덕분인지, 문득 힘든 순간이 찾아왔는데도, 내 인생이 무너지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파도가 오든 내가 매일매일 열심히 쌓아놓은 그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겠구나 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건 꼭 대단한 것이 아니라 작고 기특한 순간들을 작게라도, 작심삼일이라도, 티끌만큼이라도 쌓아가는 것.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해도 오늘 내가 할 일은 10분이라도 글을 쓰는 것이에요. 오늘 너무 글 쓸 마음이 안되어서 못했다면 내일은 내가 글 쓸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선택을 하나라도 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푹 자기, 밥 잘 챙겨 먹기, 책상 정리해 놓기. 이 작은 것들 중에 오늘 뭐 하나라도 했다면 오늘의 할 일은 끝.
오늘 하루 만에 책 한 권을 다 써내고 5년 동안의 경험과 수업을 쌓아온 필라테스 강사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 10분이라도 스트레칭해보는 거, 그게 안되면 푹 자는 것, 그렇게 잘 쉬고 내일은 다시 해보는 것. 그 선택들을 내가 해나가는 것. 하나라도 했다면 그건 쌓일 거예요. 그렇게 저는 시간이 제 편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내가 오늘 작은 것들을 쌓았다면요.
그걸 또 내 마음이 놓치지 않고 기억해 준다면 누구보다도 든든한 응원군이자 친구가 생긴 것이겠지요. 환경이든, 상황이든, 주어진 조건이든, 어떤 포장지로 숨겨놓았던,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시간이라는 파도 앞에 결국 쓸려나가게 될 것입니다. 다만 내가 한걸음 한걸음 쌓아온 나의 하루들은 잠깐 파도가 친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아요. 진짜 무엇이 남아있고, 무엇이 쓸려나가는지 관찰합니다. 그 안에 단단히 쌓여있을 내 마음을 맑고 투명하게 닦아주기도 하면서.
건강하게 움직이게 된 나의 몸과 마음은, 잘못된 습관들과 보상작용 혹은 방어기제, 지나친 긴장, 경계심, 두려움과 저항을 벗겨낸 나의 몸과 마음은 어디로 가고 싶을까요. 저는 그게 궁금합니다. 타인의 욕망이 아닌, 학습당한 어떤 것이 아닌 진짜 내가 원하는 것,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은 뭘까. 진짜 나를 투명하게 만나기 위해서 의식하고, 관찰하고, 기록하고, 또 대화하면서 몸과 마음을 움직여 나가고 있어요. 그렇게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 나갈 거예요. 나의 몸과 마음에게, 건강한 움직임이 어떤 것인지 다시 알려주고, 그런 좋은 경험을 쌓아나가 줄 겁니다. 내가 꾸준히 무언가를 해나가는 과정에 있다면 결국 시간이 그것을 드러나게 해 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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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울증에서 걸어 나오며 <단단하지만 뾰족하지 않은 마음>이라는 독립 출판물을 냈습니다. 그때는 그저 내가 단단했으면 좋겠고, 또 내가 단단하기 위해서 남에게 뾰족하지는 않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런 뾰족한 마음들에 많이 아팠기 때문이었나 봐요.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한 것도 어느 정도, 뾰족한 것도 적절히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의 자세가 중립에 있는 것처럼,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렇게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마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하며 내 몸의 근육들이 움직이고 작동하는 방식들을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참 신기하고 경이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꼭 그게 내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과도,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식과도 비슷하다는 생각도요.
이 책의 글들은 몸을 건강하게 움직이는 방식을 통해서, 내 마음도 건강하게 움직이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관찰하고 고민한 기록입니다. 전보다 훨씬 편안하고 건강한 마음, 그리고 따뜻하게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문득 신기하기도 하고, 또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혼자서도 건강하고 썩 괜찮으면 좋겠지만, 결국 우리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니까요. 아마 앞으로는 관계에 대한 관찰과 기록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책의 제목이 어떤 것이 될지 저도 기대가 됩니다.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