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서연 Oct 17. 2023

그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

사소하고 작은 움직임 쌓아가기

동기부여, 자기 계발, 갓생, 스펙, 연봉, 워라벨, 능률, 능력, 경제적 자유,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 인플루언서, 꿈, 자존감, 자기 수용, 자기 사랑. 그리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해. 가족들이랑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이 시대엔 잘 살기 위해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요구하는 것도, 너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도 많고, 그 자칫하면 너는 왜 안 하고 있냐고, 왜 못했냐고 강권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응원인지 책망인지 모를 수많은 주장 속에서 그 모든 것들의 상위 기준에 맞지 않는 나는 항상 뭔가 부족하다. 항상 뭔가를 덜한 사람이 된다. 노력을 덜했고, 실행을 덜했고, 현명하고 똑똑하고 운까지 좋았어야 하는 선택 덜했고, 덜 유명하고, 실패를 덜 겪어야 했고, 실행착오도 덜 겪어야 했다. 그러면서 시간도 덜 흘려야 한 것까지. 그 모든 것들이 눈더미처럼 쌓이고 쌓여서 '네가 안 한 거야, 네가 그만큼 노력하지 않은 거야!'라고 외치는 소리에 무너져 내린다.


*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에는 그저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한다. 휴일에도 일어나서 세수하기. 씻고 밀린 빨래 돌리기. 빨래를 널어 두고 청소기 돌리기. 베란다로 널어놓은 빨래 너머로 햇볕을 맞으며 잠깐 누워서 음악 듣기.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서 하는 것들이 있다. 샤워하고 머리 감기. 오늘 기분에 맞는 음악 듣고 여유 즐기기. 뒹굴거려도 좋고, 책을 몇 장 읽어봐도 좋다. 산책을 하고 햇볕 맞는다.(햇볕은 우울증에 정말 중요하다!) 핸드폰 없이 공원 벤치에 앉아있으며 문득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뭔지 내가 들어준다. 그리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뭐였는지 내가 상상해 본다. 내가 그 말을 나에게 해주기도 하고.


조금 더 움직일 기운이 나면 스트레칭을 하거나, 폼롤러를 두고 이리저리 마사지를 하기도 한다. 매트를 깔아놓고 요가 영상을 따라한 김에 명상을 잠깐 하고, 마음공부 채널의 영상을 두어 개 들어보기도 한다.


머리와 마음이 복잡하면 몸을 움직여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가벼운 스트레칭. 찌뿌둥하던 몸이 시원해지면서 순환이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조금 더 움직여서 땀이 살짝 배어 나올 정도까지 움직이면 개운해진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심각할 일이 아니었어, 그렇게 흥분할 일도 아니었던 것 같네 하고.


아니면 햇볕 좋은 날 산책을 해도 좋다. 햇살을 맞으면서 나무들 사이로 걸어 다니다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햇살에 비친 나뭇잎의 색깔도 너무 예쁘고, 오늘의 하늘색은 어떤지, 구름 모양은 어떤지 살펴보면서 걷다 보면 또 고민들이 흘러가버리기도 한다. 공원 길에 떨어져 있는 이름 모를 열매와 들꽃들의 색이 이뻐서 사진을 찍어두기도 하고, 길고양이와 까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풋 웃기도 한다.


매일매일 10분이라도 스트레칭하고 움직이고 내 몸을 관찰하고 컨디션을 체크해 주는 것은 오늘은 고작 10분 밖에 안되지만, 그게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2년이 되면 얼마나 다를까? 오늘 당장 눈에 띄게 변하지 않더라도, 어제보다 오히려 더 못하게 되는 것 같더라도,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하는 것.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 같은, 발전하지도 않는 것 같은 그 지루한 시간을 인내심 있게 보내면서 연습의 연습의 연습을 쌓아가는 것. 그게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계단처럼 성장한 내 모습을 보는 것! 여전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작은 일을 충실히 해내는 것. 내 몸을 돌봐줬다면 분명히 변화는 생길 거야. 나도 다리 쫙 펴고 허리 세우는 거 안됐는데! 몇 년이나 안됐는데 지금은 되는 것처럼.







이전 20화 나의 매일은 파도보다 작지 않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