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페이지
매일매일 악착같이 쌓아온 시간들 덕에 지친 것도 맞다. 기를 쓰고 잘하려고 나아지려고 완벽하려고 훌륭하려고 멋지려고 어른스러우려고 여유로우려고 바득바득 거리다가 나가떨어져버린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서 이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내 인생이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쌓아두었어. 내가 모르는 순간에도 주변에서 알아봐 줄 때도 있다. 끝까지 몰라준 건 오히려 나일지도.
힘든 시기를 잘 지나온 경험이 생기면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잘 지나갈 수 있구나. 그렇게 잘 지나가고 나면 확신이 든다. 그렇게 나에 대한 믿음이 튼튼하게 자란다. 파도가 치면 내 인생은 무조건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미친 듯이 파도를 피해 도망 다녔다. 나를 무너지게 한 건, 파도 한 번이면 내 인생은 전처럼 아작 날 거라는 불안이었다. 그리고 이걸 잘 지나갈 수 없을 거라는 불신, 나에게는 그만한 힘이 없다는 의심, 그리고 나는 그걸 다시는 이겨내고 싶지 않다는 나약한 마음.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럴만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만큼 자라지 못한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파도를 잘 지나가 본 경험이 없어서 어쩔 도리를 모르고 한없이 무너지기만 했던 나는, 그렇게 무서워하고 불안해하고 나를 믿지 못해 그만 도망쳐버리거나 집어치워버리고 싶을 만큼 나약했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왜 그렇게 나약했냐고 질책받을 일은 아니라고, 얘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지. 기꺼이 바닥까지 내려가주마. 어차피 난 똑같아. 내가 살아온 매일이 갑자기 덮친 파도보다 작지 않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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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시 써보려고 시작한 온라인 글쓰기 모임 3일째. 3일 내내 안 빠지고 했다. 나 오늘의 내가 좀 자랑스럽네. 기특해 기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