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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서연 Oct 14. 2023

나의 매일은 파도보다 작지 않아

쉬어가는 페이지


매일매일 악착같이 쌓아온 시간들 덕에 지친 것도 맞다. 기를 쓰고 잘하려고 나아지려고 완벽하려고 훌륭하려고 멋지려고 어른스러우려고 여유로우려고 바득바득 거리다가 나가떨어져버린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서 이제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내 인생이 쉽사리 무너지지는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하루하루를 쌓아두었어. 내가 모르는 순간에도 주변에서 알아봐 줄 때도 있다. 끝까지 몰라준 건 오히려 나일지도.




힘든 시기를 잘 지나온 경험이 생기면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잘 지나갈 수 있구나. 그렇게 잘 지나가고 나면 확신이 든다. 그렇게 나에 대한 믿음이 튼튼하게 자란다. 파도가 치면 내 인생은 무조건 무너진다고 생각하고 미친 듯이 파도를 피해 도망 다녔다. 나를 무너지게 한 건, 파도 한 번이면 내 인생은 전처럼 아작 날 거라는 불안이었다. 그리고 이걸 잘 지나갈 수 없을 거라는 불신, 나에게는 그만한 힘이 없다는 의심, 그리고 나는 그걸 다시는 이겨내고 싶지 않다는 나약한 마음.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럴만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만큼 자라지 못한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파도를 잘 지나가 본 경험이 없어서 어쩔 도리를 모르고 한없이 무너지기만 했던 나는, 그렇게 무서워하고 불안해하고 나를 믿지 못해 그만 도망쳐버리거나 집어치워버리고 싶을 만큼 나약했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왜 그렇게 나약했냐고 질책받을 일은 아니라고, 얘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지. 기꺼이 바닥까지 내려가주마. 어차피 난 똑같아. 내가 살아온 매일이 갑자기 덮친 파도보다 작지 않아.라고




-




글을 다시 써보려고 시작한 온라인 글쓰기 모임 3일째. 3일 내내 안 빠지고 했다. 나 오늘의 내가 좀 자랑스럽네. 기특해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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