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로 가면 다시 돌아오기
현재에 온전히 머물기
아차차 제목을 쓰다가도 또 지우고 다시 썼다. 다른 데로 가지 않기. 가 아니라 다른 데로 가면 다시 돌아오기.
강릉을 여행 중이다. 여행을 하는 내 몸은 이 순간 여기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 마음은? 또 여기저기 잡을 수 없이 사방으로 튀어나가 버리는 핀볼처럼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혼자 엄청 바쁘다.
안목 해변에 앉아있으면서 애들이 모래 놀이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차피 파도에 다 쓸려가 버리는데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절대 쓸려가지 않을 거 같은 기세로 구덩이를 판다. 방금 전에도 쓸려가 버렸는데, 그런 것은 모른다는 듯이 또 열심히다.
지금 이게 전부인 줄 아는 애들이 부러웠다.
진짜 쓸려가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어버린 바람에 쓸려가 버렸을 때의 나는 얼마나 절망에 빠졌던가. 그리고는 더 이상 힘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슬며시 한 발을 빼고 언젠가는 쓸려가 버릴 거라는 의심을 붙여두고 했던 모든 일과 관계들을 되짚어봤다.
아. 또 과거로 돌아갔네.
나에게도 지금은 이게 전부다.
바다 보고, 파도 듣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