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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페어에서 내가 느꼈던 피로에 대해

부조리한 인간은 결국 나

by 돌멩

책에 재미를 느끼고 본격적으로 찾아 읽은 지 일 년 정도가 되었다. 24년 3월부터 지금까지 완독 한 책은 31권이다. 처음엔 책을 한 권 끝내는 것도 어려웠던 나인데 지금은 재밌고 잘 읽히면 하루에 한 권도 뚝딱 읽는다. 20대에 정말 잘한 일 중 하나이다.

꾸준히 해냈기도 했고 내 마음과 중심을 잡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내가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고, 읽으면 읽을수록 그전에 몰랐던 내가 된다. 무엇보다. 용감해진다.


철학책을 많이 읽었고, 좋아한다. 그 덕인가 자본주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기도 했다. 어제는 엄마와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갔는데, 먼저 너무 많은 인파에 놀랐다. 손에 더러운 거 묻는 게 싫은 현대인들을 위한 손대지 않고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쓰레기통과 음식물쓰레기 처리 머신, 직접 물을 주지 않고 돌보지 않아도, 알아서 식물에 물을 주고 길러주는 기계가 있었는데, 엄마에게 말했다. 이거 있으면 식물 키우는 재미가 없겠다 (우리 엄마의 가장 큰 행복이 매일마다 식물들 오늘은 얼마나 더 잘 자랐나 애기 보듯이 보는 건데 닦아주고 물 주는 게 식물 키우는 사람들의 행복인데 무시무시한 기계가 아닌가).


이렇게나 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제품들 가운데 두꺼운 엄마의 코트와 내 코트, 그리고 각종 부스에서 이벤트 참여를 하면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선물들로 가득 채워진 우리의 가방이 내 어깨를 너무 짓눌러 힘들었던 나는 혼자 나와한 곳에 앉아 쉬어야 했다. 들고 갔던 조앤 디디온의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에서 자본주의에 맞서는 인문학의 힘이라는 제목의 부분을 폈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업으로 삼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의 그래픽 디자인이나 비주얼 기획을 하는 나는 여러 번, 이건 결국 내가 지향하는 바와 정반대라는 생각을 한다. 디자인은 사실 자본주의를 돌아가게 만드는 가장 앞단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에 뭐 잘 된 패션브랜드 아트디렉션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결국 모두 광고이다.


아무튼 하고 싶었던 말은 디자인페어에서 내가 느꼈던 피로와 어쨌든 책을 일 년 동안 30권이나 꾸준히 읽어서 잘했다는 거였다는 것이었다.





글을 쓴다. 공개할 글과 나만 볼 글은 그 모습이 천지 차이이다.

인간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내면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것과 같은 것일까.


글은 쓰면 쓸수록 사람은 모두 똑같다, 다 안다고 생각하고 썼던 글을 다시 보다보면 부조리함만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못난 나 스스로를 본다.


다시 수정한 글은 완전히 다른 글이 되어버린다.


이 글이 수정된 과정.

1. 서울 디자인페어에서 느꼈던 자본주의의 피로함에 대해 썼던 글이 잘 괜찮다는 생각에 이건 브런치에 올려야겠다 생각하고 브런치에 옮긴 것 ( 제목은 ' 책과 디자인과 자본에 대한 생각 ' 이었다.)

2. 맞춤법 교정 뒤 올리기 위해 다시 읽어본 것.

3. 결국엔 자본주의에 맞서는 힘이니 뭐니 나는 결국 이벤트 참여해서 공짜 선물을 타느라 어깨가 피로한 것 뿐이었다는거.


다시 돌아온다.

여러번의 실수와 수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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