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앞으로의 교양>의 기록
이 책을 어디서 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보성 뉴스레터, 인스타, 페이스북 중 한 곳에서 추천받은 도서일 것 같은데 마침 도서관 검색 결과에 나오니 반가워서 덥석 빌려 읽었다. 일본인 전문가들에게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앞으로의> 트렌드 파악보다는 전문가가 직접 미래를 전망한다는 내용이라 주의 깊게 읽었던 것 같다.
공감이 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표시해 두었다.
<앞으로의 미디어>
20p. 저널리스트뿐 아니라 독자나 기업 모두 저자가 되는 현상을 언급했다. 뉴스 픽스는 독자, 기업 모두 저자가 되는 현상의 전형적 예이다. 전문 필자가 아니었던 독자가 블로그 등을 시작하면서 필자가 되는 일이 연잇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요즘에는 기업도 저자가 되었다. 기업이 자기 매체를 이용해 고객에게 말을 거는 오운드 미디어의 방식이 점점 세련되고 있으니까요.
→ 전문 필자가 아니어도 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정말 동의하고 공감한다. 글만 읽던 내가 글을 직접 쓰고 책을 냈고 이름을 걸고 칼럼을 쓰고 있으니까. 현상은 일본 전문가들이 짚어서 얘기해 주니 굳이 굳이 기분이 뿌듯했다.
21p. 비즈니스를 알아야 더 좋은 취재를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고요.
→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면서 먹고사니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나는 N 잡러 로서, 이 말에 밑줄을 박박 그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어도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브랜드가 가친 비즈니즈적 가치를 살려내지 못할 것이고, 이것은 일하는 성취감과 보상에도 큰 영향을 있을 것 같다. 새로운 비즈니스라… 그러면 그게 무엇이어야 할까? 아직은 감이 없다.
26p. 앞으로의 시대는 기자보다 편집자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편집자보다 편집자 겸 경영자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 본다. 편집자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하는 이유는 편집자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중략) 모든 걸 해낼 요리사의 재능을 가진 사람의 가치가 앞으로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 편집자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이미 큐레이션 방식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보면서 직감하게 됐다. 큐레이션이 수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취향을 고려한 편집의 결과물이지 않나. 그리고 편집자는 정보 수집 능력과 정보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점 또한 특별한 위치에 서 있다고 본다. 이들의 가치가 높아진 다는 부분. 밑줄 그었다.
<앞으로의 디자인>
43p. 한 군데 정착하지 않고 그렇게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세계 경제 문화를 상대적으로 볼 수 있어서 개별 문화의 가치에 무척 민감하다. 문화의 본질은 지역성에 있기 때문에 지역 문화의 가치가 새로운 세계의 문맥으로 재평가된다. 그리고 그런 시점이 가치의 형성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사상>
130p. 사실 글 쓰는 사람도 어떤 식으로든 시대의 영향 아래 있으며 동시에 다양한 사람의 작품을 읽어야만 한다.
→ 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열정을 북돋워주는 문장이었다.
151p. 인간이 인간 답다고 느끼는 것의 대다수는 오작동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인간다운 감정은 근거를 두거나 설계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오작동이 굉장히 많고, 그 오작동 이야말로 우리가 자유롭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오류를 최대한 없애겠다는 생각은 좋지 않다. 이러한 오작동을 어떻게 향후 사회에 통합시켜야 하는가 쪽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교양>
208p. 꽤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해서 소설을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인공 지능 개발자들은 현재 이야기를 유형화해서 분류하는 ‘이야기론’에 착목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쓰면 플롯의 패턴을 얼맞든지 분류할 수 있고, 다양한 등장인물과 상황을 부여해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인간 소설가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너무 뻔한 소리 같기도 하지만, 독자가 왜 감동하는 지를 잘 생각해보면 소설가로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시 소설을 읽고 감동하는 게 독자의 갖아 귀중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224p. 위민 온 웨이브스의 활동과, 총을 삽으로 재활용한 패드로 레 예쓰의 ‘총에서 삽으로’가 그 전형이다. 후자는 북멕시코의 마약 범죄 다발 지역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로, 총을 가져오면 전기 제품을 살 수 있는 쿠폰을 나눠줘서 총을 모았고, 그렇게 모은 총을 녹여서 삽을 만들어 학교나 요양원에 나누어 주며 주민들이 나무를 심도록 했다.
이 활동의 사회적 영향은 한정적이지만, 보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미디어에서 그것을 다뤄서 이런 식의 태도와 생각법이 널리 알려지면 좋을 것이라고 톰프슨은 생각한다. 이 시도들은 상징적 행위지만 “상징에는 상징의 중요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힘을 어팩트(Affect)라고 부르는데, 어팩트를 낳았다는 점에서 이들 작품은 결과를 냈다고 보는 것이다.
→ 이 책을 잘 읽었다고 생각한 부분으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다. 내가 추구하는, 공익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와 방향인 것 같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임팩트보다는 이팩트 쪽에 더 가깝다.
<앞으로의 건강>
262p. 큰 질문이나 주제를 찾고 그것을 계속 지니고 살아가는 게 삶을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유효할 거라고 본다. 고교시절 라크로스부 선배 중에, 맥주를 삶의 큰 주제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광고 대행사에 근무하고 있고 맥주 담당도 아니지만 맥주 업계 사람들과 만나 맛있는 맥주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큰 물음을 품고 있으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작은 질문도 생겨난다. 뭘 하고 있든 큰 물음이 곱셈 계수가 되는 거다. 이 선배의 예를 들자면 맥주 X식기, 맥주 X여행 같은 식이다.
반면 큰 물음과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곱해지지 않고 단지 새로운 것이 더해질 분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쪽은 ‘곱셈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큰 물음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이 물음은 쉽게 풀릴 일이 없기 때문에 인생이 즐거워진다고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