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전이별>
내 책장에는 2권의 이별 책이 있다. 오늘 다룰 <안전 이별> 말고 또 다른 책은 알라딘 신촌점에서 만난 <좋은 이별>이란 책이다. 이별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 그 자체보다 실제로 삶에서 이별을 맞았을 때 겪게 되는 괴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별하기로 마음먹는 것도 쉽지 않고, 이별을 당했을 때의 마음 또한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 책을 봤을 때 그대로 집어서 하루 만에 읽었다.
그리고는 모든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침대 위에 올라가 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마음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기 직전, 이 책이 일종의 표지판 같은 역할을 해주니까 나에게 큰 위로의 방식이었다.
이번 <안전 이별> 역시, 책장에 두고두고 꺼내 읽을 만한 책이 됐다. 읽기 전부터 유리님의 인스타를 통해 한 달 전부터 접해서 기대감도 큰 상태였고. 역시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시리즈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좋은 이별>은 왠지 F처럼 감정을 어루만지는 문장이나 실제 사례가 많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감정 상태의 변화에 따라서 안내해 주는 느낌이라면 <안전 이별>은 뭐랄까 뇌에 고민이 껴서 나도 내가 답답할 때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다. 지금 까지 읽었던 모든 책을 밑줄 표시를 이렇게 많이 했던 적이 없었다. 모든 문장이 내 얘기 같았다.
<일기장을 펼치게 했던 몇 가지 문장들>
21p. 우리가 진정 원하는 사람은 모든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과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 다른 취향의 차이를 맞추어 나갈 줄 아는 다정한 영혼의 소유자다
#공통점이 많은 사람들 만나 쉽게 호감 단계로 넘어가도 정작 연애할 때는 자꾸 다른 지점이 서로 실망의 포인트로 다가올 때가 있었던 적 있다. 그러다 보니,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가 관계를 이러나 갈 때 중요한 기준이 됐다.
55p.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을 혼자서 감내하고 있지만, 애인이 있다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애인이라는 존재가 우리를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부디 염세주의와 자기 연민, 우울함에 빠져 스스로를 갉아먹지 말자. 감정의 파고를 헤쳐 나가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이별 뒤 해방감이 더 컸던 경험. 그래서 연애 공백기에 시도했던 것들이 지금의 좋은 결과로 남아 있게 된 것…
62p. 관계의 근본적인 진실은, 어린 시절의 정서적 역학 관계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개인의 연애사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 70p. 어떤 부모는 실질적 사랑을 베푸는 것에는 뛰어나지만 정서적 사랑을 베푸는 데에는 서툴다.
#작년에 온통 내 머릿속을 채웠던 게 우리 가족의 ‘사랑의 모양’이었다. 우리 집은 분명 화목하지만 성장과정에서 뭐가 빠져있다고 느꼈던 게 바로 정서적 사랑이라는 것. 이 책에서 보니 더욱 반가웠다.
<질문에 대한 해답들>
Q. 이별을 선택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76p. 말과 행동의 괴리 속에서 본인의 감정을 내내 무시당한 쪽은 결국 너무 지친 나머지 이별을 입에 담는다. 정말로 헤어지고 싶어서 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영원히 충족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게 아니라 내 사랑이 영원히 응답받지 못함을 알기에 떠나는 것이다.
Q. 이별하지 않고 관계를 지속하려면 어떤 태도로?
81p. 예민하고 까다롭다며 자신을 비난하고 땅굴을 파는 것보다는 자신을 긍정하고, 내면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조리 있게 표현하며,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에게 적절하게 요구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