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어느 계단의 이야기>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희곡이라는 분야에 지레 겁을 많이 먹었다. 그래서 책을 맨 뒤에서부터 펼쳐봤다. 작가 안토니오의 출생과 연혁부터 희곡에 대한 소개까지 읽어보고 충분한 배경지식을 깔고 나서 읽으니까 조금 나았다고 생각된다. 내가 처해있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면서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 환경, 일상, 동선들까지도. 그런데 이게 당연한 게 아님을 비유적으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이번 주에, 나에게 내년에 올 큰 변화에 대한 소식을 듣게 돼서 이 상황에 몰입되면서 봤던 것 같다. 이그나시오의 태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시각 장애를 갖고 있다는 현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하고, 또 그 세상에서 안락과 행복함 대신 더 나아질 수 있는 방향, 끝없는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향한 태도를 엿보면서 나 또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된다.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세 같은 것 등.
상황은 물론 극단적이었다. 현실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또 불만족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태도는 타인과의 관계를 해치면서 불편함을 만들었다. 좋은 자극까지는 의미 있지만, 결국 동료에게 혐오와 죽음으로 치닫는 불편한 결론까지 이어지는 건 현실에서도 반드시 기피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
(어느 계단의 이야기) 스페인 희곡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듯했다. 초반에는 집중도 잘 안되고, 등장인물의 변화도 잘 감지하지 못하고 읽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1세대에서 그들이 유지하지 못한 사랑이라는 선택이, 그다음 세대는 자각과 함께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이 물론, 열린 결말이었지만 나는 좀 더 후련했고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
희곡 2편. 지하철에서 이마를 찡그리면서 읽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었다. 평소에 집중력이 너무 짧은데 이 책은 잘 빠져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