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고 각성제
첫 아이를 품에 안았을 때
가장 감사한 것이 나한테 두눈이 달려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새끼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전체비율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머리 때문인지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 히마리 없는 생명체는
세상에서 태어나 본 것 중 가장 신비로운 것이었는데,
꿈틀댈때마다 너무 신기해서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적의 집합체를 두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온종일 보고 있으면
눈에서 하트가 줄줄 흐르다 못해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하늘로 올라 비가 되어 다시 땅에 내렸는데
그 빗물을 내가 먹고 눈으로 다시 하트를 찍어내 방출하는 기분.
24시 매분 매초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게 전혀 질리지 않는 희한한 경험.
남들 눈에는 고슴도치로 보였을지언정
나의 눈에는 몇 가닥 안 되는 머리털부터 늘 안으로 말려있는 발가락들까지
도대체가 안 예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눈이 그 지경? 이 되고 나니
코도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것인지
상식에서 다소 벗어난 증상이었으나, 가령
오줌 냄새와 똥냄새까지도 지독하게 사랑스러웠다.
심지어 황금똥을 누면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 마냥
황금 낳는 베이비라고 물개 박수까지 쳐댔으니 오죽했겠는가.
그때 내 정신상태를 돌이켜 진단을 해보면
온갖 종류의 어마어마한 각성제로 온 몸을 때려 맞은 기분이었다.
뉴스에서 그러던데.
마약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래서 끊기 힘들 정도로 중독된다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물질인지는 모르겠으나
필히 새끼를 두 눈으로 보고 있는 엄마의 호르몬보다 더 강력한 각성제는 없다.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서 약을 많이 하면
사람 눈이 퀭해지고 바짝 말라가는 경우들도 더러 있던데
그런 부작용까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잠을 자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과 몸은 좀비가 되어가고 있는데
오로지 두 눈동자만 부릅뜨고 하트를 줄줄 쏟아대고
후각은 본연의 기능을 잠시 접어두고 있었으니
이만한 마약이 하늘아래 어디있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싸고 행복한 마약.
온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