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ins Oct 21. 2021

간절함에 대한 기억

얼마 전 브런치를 통해 제안을 받아 취업준비생들에게 내가 경험한 것을 알려주는 기회가 있었다. 그 강의 마지막에 취업준비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그리고 질문에 나는 다음과 같이 야기했다


"여러분께 제 직무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일을 이제 마무리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저의 강의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때론 많이 답답하고 막막할 수도 있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도 여러분들이 더 성장하고 계시다는 것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전에 어떤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아주 오래전인데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요. 한 아나운서가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당시 아나운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서 진행자가 그 아나운서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어떻게 하면 아나운서가 될 수 있냐고… 그러자 그 아나운서가 다른 사람보다 더 간절하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이후로 제가 독일에 와서 인턴 자리, 직장을 구하는 모든 순간에 그 대답을 생각했어요. 나는 정말 다른 이들보다 이 회사 이 자리에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한지. 저는 이곳에서 외국인이고 어쩌면 비슷한 학위나 경험이 있다면 회사 입장에서 저를 뽑으려는 마음이 굳이 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더 간절해야 했고 간절하니 더 많이 노력하게 되었고 더 노력하니 다른 독일 사람들과 비교할 때 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만한 많은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어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중에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간절함을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이 간절히 원하시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실 수 있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난 뒤 잠시 내가 취업을 준비하던 때 이후에 또 어떤 것에 대한 간절함을 가져본 적이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2009년 처음 독일에 올 때부터 나는 독일에 있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모든 일을 간절한 마음으로 했다. 독일 대학교에서 자동차 공학을 전공하기를 간절히 바랬고 그래서 들어간 학교에선 또 최대한 좋은 성적으로 그리고 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졸업하길 간절히 원했다. 그래서 졸업을 했고 취업준비에 대해 쓴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간절히 내가 원하는 회사를 가길 원했고 노력했다. 당시 내가 지원한 자리는 총 200개가 넘는다. 내가 그 숫자를 기억하는 이유는 A4용지 한 장에 100줄의 칸을 만들어 어느 회사에 어떤 직무에 몇 월 며칠에 지원을 했는지를 기록해두었는데 그 종이 2장을 꽉 채운 후에야 첫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난 그때 그렇게 많은 자리들을 지원하는 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으로 독일에 있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자리에 지원해보고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매일 내가 지원서를 넣을 수 있는 자리들을 찾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간절히 취업을 준비하고 노력한 끝에 첫 직장을 들어가서 일을 하는데 정직원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나에게는 너무 어렵고 버거웠다. 매일 같이 진행되는 회의들과 독일 사람들을 마주하며 논의하고 일을 진행해가는데 그들의 말을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일 자체가 큰 도전이었고 아주 작은 일 하나 처리하는 것도 많이 두려웠다. 아직도 첫 프로젝트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문 옆에 잠시 서서 기도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만큼 일에 온 이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까지도 나는 늘 마음에 간절함을 두고 살았었다. 대부분 그 간절함이 무언가를 이루고 싶고 내가 하는 일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생긴 것이었지만...


이제 어느덧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한지는 7년이 지났고 독일에 살아온 시간도 13년이 다 되어간다. 어찌 보면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처음 시작하던 때에 비하면 많은 것에 익숙하고 많은 것에서 두려움도 덜해졌다. 그래서 그런 건지 이제는 어떤 일을 하는데 앞서 긴장감이나 잘 해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내가 일하고 싶었던 회사에 들어왔고 내가 좋아하는 독일 자동차를 보며 그 자동차를 만들어가는 매일의 일상이 나에게 너무 감사하고 매일이 너무 즐겁지만 그 안에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이 떨어져 있다. 나는 이제 더 이루고 싶은 건 없는 걸까? 생각하며 걱정도 하고 다시 이전에 가졌던 간절함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무엇을 나의 삶의 다음 목표로 삼아야 할까 고민도 한다. 그런데 아직 나의 삶에 다음 목표를 찾지 못했다. 어떤 삶의 목표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직장 생활 속에서도 간절함은 떨어져 있다. 이제는 어떤 회의에 들어가기 전게 기도하며 잘해야지 잘 알아듣고 잘 이야기해야지 하는 간절함은 사라지고 지금 참여한 회의를 정리하고 다음 회의에 들어가기에 바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고 지금 하루하루를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전에 내가 독일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던 때 아니면 취업을 준비하던 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많은 부담감과 두려움에 힘들었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업 준비생들에게 간절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난 지금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이 그리워진다.


이전 08화 실패 공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