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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리바 Jun 18. 2019

1장은 소개팅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소개팅이라는 건 묘하다.

그간 나는 무수히 많은 소개들을 거절해왔다.

대부분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누구에게 이해를 구한적도 바란적도 없다.

내가 남의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이해하지 못하듯, 타인도 나의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면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그렇게 살아왔겠거니 싶을 거다. 이미 너무 많이 말하고 다녔기 때문에 거절 해 온 이유들을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수많은 질책의 답변이 돌아왔다)


소개팅을 거절해왔다. 이유는 딱히 없다.

간간히 찾아오는 외로움이란 감정, 외로웁지만 누군가가 내 인생에 '안녕?' 하고 들어온다는 그 기분이 이상할 거 같았다. 그런 침범은 나에게 낯설고 적응 안되고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소개팅을 안 했다거나, 미팅을 안 했다거나, 썸을 안 탄 건 아니다.

썸을 탈 때 긴장되고 마음을 줄듯 말듯한 그 기분이 답답은 하지만 그래도 내가 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어필이 되는구나 하는 안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위안을 얻으려 했던 시절도 있었으니..

결론적으로 인위적인 만남 추구는 나와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나는 외롭지 않은 사람이었고.

나는 남자 사람 친구도 많았고, 여자 사람 친구는 더더 많으니깐 외로울 틈이라는 게 없다. 없었다. 없을 것이다(?)


소개팅을 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글을 썼을 당시에는) 

이전에 소개팅을 했을 때는 설레었다. 설레는 감정에 나를 내던졌다는 말이 맞다. 장난 가득한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호감을 표시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새침한 여성이 아니라 내가 가진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는 여성이기에 시원시원하게 관계가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설렘이라는 감정이 나를 잠식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내가 먼저 떨어져 나갔다. 사람마다 뜨거워지는 온도들이 있는데 나의 온도는 언제나 빠르게 올라갔다. 덕분에, 설렘의 감정이 긍정적인 신호로 다가오다가 결국엔 질척과 집착으로 작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들이 끝나고 내가 두려웠던 건,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보고 그런 나에게 실망해서였다.

참 한심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소개팅을 했는데 쓸데없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많았다.

소개팅을 정말로 했다.

몇 주? 몇 달?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주선자는 나에게 몇 번의 소개팅을 어필했는데 그때마다 철! 벽! 거! 절! 을 해댔다. 그런데 왜 했느냐면 그냥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맞물려서 '아... 안 되겠네. 나를 보여줘야겠네' 하는 쓸데없는 오기가 생겨서 '소개팅 가즈아!!!'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지극히 충동적인 시작이었다.

그 말을 던지고 오만 번 넘게 후회한 거 같다. 내가 왜? 난 혼자가 아직 좋은데! 누군가를 만나서 이전처럼 그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라는.

남들이 봤을 때 그냥 가벼운 소개팅인데 가벼운 소개팅을 나는 무겁고 깊고 진하게 여겼다.

근데 또 만나면 나라는 여자는 한없이 가벼워 지기 십상.


첫날 남자 쪽에 연락처 넘겼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다.

정말 편했다. 고민은 되었지만 이전 같은 두근거림이나 떨림 설렘 이 딴 거 휴지통에 들어가 있었나부다.

나는 여느 때 와 같이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밥을 먹고 운동을 했다. 

다음날 연락이 왔는데 저엉말 편했다.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물론 어떤 시작이냐에 따라 정해진 규칙이나 매뉴얼은 없지만 지금껏 해왔던 소개팅과는 다르게 마음이 너무 편안해서 그런 나에게 당황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몇 번이야 더 만나봐야 하겠지만 이런 편안한 감정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경을 또 안 쓰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내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뜨겁던 내가 이 사람 앞에서 평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없었다. 성향이 맞았던 거 일수도 있다. 생각해보니 그만큼 감정이 편안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낯선 감정 또한 지금의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불장난을 할 나이도 아니고, 가볍게 누군가를 만날 나이도 아니었고 상황도 아니었고 가벼운 만남으로 감정 소모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만난 사람은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줬다. 무겁고 걱정스럽던 소개팅의 과정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가볍고 편안했다. 만날수록 걱정은 줄고 관계의 무거움도 덜어진다.

편안하다란 것. 이전에 경험하지 않은 경험을 하니깐 정말로 이상했고 낯설었고 그래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이게 맞는 걸까? 설렘이 없는 이 만남이 맞는 걸까? 이런 감정을 조금은 믿어보아두 될까?


어떤 것에 정답은 없지만 생에 처음 경험하는 감정이라 나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다.

쉽사리 받아들이면 되는데 처음 마주하는 그 감정들과 상황들이 나에겐 가볍지 않았으니까.


어떤 사람들은 소개팅을 많이 해보라고 한다. 최대한 많은 이성을 만나보라고 권한다.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시집도 장가도 잘 간다고 말한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주변에 좋은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만나기보다 나쁜 사람에게 당한다. 그래서 늘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감정일 때 연결되어야 할 것인지 생각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숙제 같다. 설렘이 큰 감정, 마냥 편안한 감정. 어떤 게 정답인 걸까.


여전히 물음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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